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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독창적 기술로 시장 선점” 해외로 스카우트 파견
■ 삼성전자-SK텔레콤
“아이디어만 좋다면 OK” 中企와 손잡고 상생협업
2월 중순 LG전자의 ‘기술 스카우트(Technology Scout)’가 일본에 떴다.
서울에 있는 LG전자 본사 ‘협력·혁신 파트’의 지령에 따른 것이다. 지령의 내용은 유일무이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찾아내는 일. 스카우트는 수소문 끝에 이름 모를 한 벤처기업을 찾아내 협력·혁신 파트에 보고했다. 본사는 재빨리 움직여 이 벤처기업에 “LG전자의 협력사가 되어 달라”는 프러포즈를 했다. 보통 본사에 앉아 협력업체의 사업제안서를 심사하고 걸러내던 갑(甲)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두 회사는 이로부터 불과 3개월 만인 지난달 공동사업에 착수했다.
‘기술 스카우트’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업체를 물색해 LG전자의 협력자로 영입하는 LG전자의 직원이다. 일본 미국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스카우트는 25명. 이들을 총괄하는 협력·혁신 파트의 닐 로빈슨 차장은 “우리는 세계 각국 언론을 뒤지고 각종 전시회에 참가하며 신기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업무시간 절반을 할애하고, 물색한 기업과 LG전자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 견해차를 좁히는 데 또 다른 절반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 자원사냥, 인재사냥 넘어 기술사냥
기업들이 자원사냥, 인재사냥을 넘어 이제 전방위적인 기술사냥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획기적인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선점하는 게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거물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떨게 만든 애플과 구글도 독특한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D8 콘퍼런스’에서 “애플이 성공한 건 어떤 말을 타야 할지 잘 골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도 음성인식과 온라인광고 분야의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외부 기업을 사들여 확보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쇼크’를 맞은 삼성전자는 신기술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과의 협력 패러다임 수정에 나섰다. 이달부터 협력업체의 벽을 과감하게 허무는 ‘핵심역량 제안제도’를 만든 것. 이름 없는 어떤 벤처기업이든 직접 온라인으로 공동사업 지원서를 낼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우리 스스로 처음부터 시작하기보다 신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의 협력으로 신시장을 빨리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협력업체의 여건과 기준을 많이 따졌지만 이제는 아무리 작은 벤처라도 협업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누구든 협력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T아이디어’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받아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고 있다. IT 솔루션 벤처 ‘포모바일’은 최근 유선 포털의 쪽지를 휴대전화로도 받아볼 수 있는 ‘문자쪽지’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달 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김수영 포모바일 대표는 “SK텔레콤에 아이디어를 내자마자 반응이 좋아 당일 공동사업을 결정했다”며 “원래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이동통신사 담당자를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이런 제도를 통해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 중소업체 ‘체질 개선’에도 힘써야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신기술을 지닌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도 도와야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은 외형은 커졌지만 자생 능력이나 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부실한 협력업체는 대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지원금이나 인력만 지원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조직관리, 직원교육 등을 도와야 장기적으로 더 큰 협력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지 않고 보호함으로써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 연구실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협력할 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보호해 주려는 대기업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10-06-1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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