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r.blog.yahoo.com/jsj3330/1422
원본 : 내가 숨 쉬는 공간의 아름다움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는데,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가지의 음식을 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 살다 살다 이런 줄은 처음 봅니다. 제주에 살면서 줄서는 맛집 포스팅을 여러 번 해봤지만, 역시 사람은 큰물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이 맞는가 봅니다. 제주도에도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있는 맛집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경험으론 적게는 수분에서 많이 기다릴 때는 20~30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본적은 있지만 무려 2시간을 기다려 본적은 난생 처음입니다. 그것도 이 추운 겨울날씨에 말입니다. 같이 간 지인의 말로는 보통 한 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이고, 오늘은 유난히 사람들이 많은 경우라고 합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인천 신포시장의 닭강정 골목입니다. 1박2일 등 수차례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버린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을 제주촌놈인 제가 다녀왔습니다. 전국맛집을 소개하는 다른 분들의 글에서도 간혹 본적이 있어 어느 정도 인기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졸지에 인천맛집을 소개하게 생겼습니다.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신포시장, 70년 전통의 인천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인천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도 역시나 대형마트의 홍수 속에 지금은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포시장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는 신포 닭강정입니다. 말로만 듣고 있다가 현장에 도착해서야 그 인기를 눈으로 실감하게 되었는데, 신포 닭강정은 인근의 신포순대와 더불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더군요. 감칠맛 나는 신포순대는 나중에 소개해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닭강정입니다. 얼마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판매중단을 선언한 이후에도 치킨의 원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도 전혀 아랑곳없는 이곳 닭강정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닭강정 매장은 방송에 출연했던 사실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었습니다. 신포 닭강정집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 이 줄의 끝에 서서 무려 2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인천에 사는 지인 블로거인 바람될래님의 말에 의하면 신포시장안에서 영업 중인 닭강정 전문점은 모두 7곳, 7곳 모두는 불과 100미터 안의 반경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닭강정을 만드는 방법, 판매방식, 그리고 바삭하면서도 매콤한 맛까지 하나같이 닮아 있었지만, 현지인들은 그 안에서도 맛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낸다고 합니다. 하여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까지 기다리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닭강정이라는 이름을 듣고 처음에는 어떤 독특함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솔직히 첫눈에 본 닭강정은 양념치킨과 너무나 꼭 같았습니다. 요리하는 방법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한번 기름에 튀겨낸 통닭을 양념소스를 부어 버무리는 과정까지 하나도 달라 보이질않습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매콤한 청양고추가 첨가된다는 것 정도입니다. 거의 대부분 전국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양념을 버무리는 모습 현장에서 맛을 보니, 일반 양념치킨보다는 유난히 바삭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닭의 화끈거리는 맛을 보았던 사람들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닭강정도 불닭 만큼은 아니지만 먹는 동안 입안에 불이 납니다. 단지 청양고추를 넣어서라기보다는 양념소스에 무언가 매콤한 재료가 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고소하고 매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더욱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푸짐한 양입니다. 일반 치킨점에서 파는 치킨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고 얼마 전 푸짐한 양을 선보였던 통큰치킨에 비해서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질 좋고 크기가 큰 닭 재료를 사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정도의 양이면 14,000원이라는 가격도 전혀 불만이 없어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신포 닭강정의 독특함이라면 식은 후에도 그 맛이 변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식힌 후의 맛을 더 선호한다는데, 시간이 지나도 바삭하고 고소한 맛의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양념치킨들은 양념을 버무린 후, 시간이 경과하면 고기에 양념이 스며들어 눅눅해져 버리는데, 닭강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양념치킨과 닭강정의 다른 점을 또 하나 발견했습니다. 식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면 포장을 해서 제주도까지 가지고 가는 것은 어떠할까. 우선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치킨을 너무 좋아하는 까닭에서입니다. 행여 비행기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염려되기는 했지만 최대한 밀봉을 하기로 하고 한 개 분량을 포장했습니다. 이정도의 양이면 우리식구 네 명이 먹기에는 더 없이 충분해 보입니다. 자동차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뜨거운 김을 모두 빼낸 후, 항공기에 오르기 전, 비닐포장을 몇 차례 했더니 치킨냄새는 전혀 나질 않습니다. 이정도면 기내에 가지고 올라도 무방할 듯싶어 그냥 손에 들고 올랐습니다. 마침내, 인천의 명물, 신포 닭강정이 머나먼 제주도의 식탁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닭강정을 가지고 가는 중이니 기다리라고 미리 연락을 해둔 터라 잠도 안자고 기다리던 애들, 마침 같이 지내고 있는 조카와 함께 애들 세 명의 눈동자가 신기한 듯 입맛을 다시며 닭강정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어린 조카가 닭강정을 입에 넣은 순간 울음을 터트리고 만 것입니다. 아뿔싸, 처음에 주의를 줬어야 하는데 매운맛이라는 걸 잠시 잊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유난히 매운 맛임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도 끝까지 먹어 치웁니다. 하나 먹고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자꾸자꾸 손이 가는 가 봅니다. 말로만 들었던 신포 닭강정.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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