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r.blog.yahoo.com/jsj3330/1425
아침일찍 한라산을 오르는 등반객들
손이 끊어져 나가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라산 백록담의 혹독한 한파를 경험하고 하산하는 사람들의 입에선 안나푸르나도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정말 혹한의 한라산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은 역시 천의 얼굴을 지닌 것이 맞는가 봅니다.
바로 어제, 시시각각 변하는 한라산 특유의 기후를 이번에도 여실히 경험하고 내려왔습니다. 얼굴이 갈라지는 듯한 추위를 견뎌낸 것에 대한 보상을 해주려는 듯, 환상적인 그림을 막판에 선사하네요.
어제 아침 7시경 한라산 성판악을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가 이렇게 급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기온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간간히 열려주는 하늘이 잘만하면 기막힌 설경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해발 1,500고지의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서 날씨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버립니다. 매서운 눈보라 강한 바람과 함께 얼굴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방한장비를 서둘러 보강을 했지만 눈으로 파고드는 눈보라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설상가상입니다. 두꺼운 장갑을 끼었지만 손끝은 여전히 시려웠고, 가끔 촬영을 위해 장갑을 벗을 때면 손가락이 끊어져 도망갈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계속하여 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카메라를 간수하는 것도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습니다. 경험해보신분들 아시겠지만 DSLR 카메라엔 유난히 눈보라가 잘 붙습니다. 자칫 소홀했다가는 카메라를 망가뜨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백록담에 기어코 올랐습니다. 한라산 동능 정상의 칼바람은 맞아본 사람은 익히 아실 겁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할 정도입니다. 의지할 데도 없는 곳에서 겨우 몇 컷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는 서둘러 관음사 코스로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더욱 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60센치의 눈이 내렸다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엉덩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내려오는 동안, 불과 30분이면 내려올 용진각 계곡까지 무려 1시간40분이나 지체되고 말았습니다. 기진맥진 기운이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정말 죽다 살아난 느낌입니다. 하지만 하늘은 수고한 자에겐 역시 그냥 지나치는 식이 없더군요. 용진각 계곡에 다다랐을 때 반나절 이상을 시커멓게 뒤 덥혔던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눈부신 설경이 마지막에 와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설경이었습니다. 어제 경험한 한라산의 천의 얼굴을 소개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