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맛집

롯데 직원들이 잘가는 명동 맛집 6

자하연 2010. 11. 17. 14:10

[직장인 맛집] 롯데 직원들이 잘가는 명동 맛집 6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점심 메뉴. 한시간 뿐인 유일한 자유시간 기왕이면 맛있게 먹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래서 회사 근처에 소문난 맛집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식당이 많은 곳에서도 맛집은 어떻게 알고 손님이 든다. 그런 곳들을 찾아가 본다. 혹시 그 동네에 들르게 되었을 때, 식당을 골라야 한다면 긴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 명동이다. 최신 SPA 브랜드의 거대한 매장에서부터 짝퉁을 파는 노점의 리어카까지 없는 것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늘 많은 사람들도 북적인다.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음식점도 많다는 뜻. 명동에는 음식 또한 없는 것이 없다.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메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크고 작은 음식점 간판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요즘 잘 나가는 음식만 있는 건 아니다. 명동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50년, 60년이 넘는 작은 가게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 맛을 여전히 내는 곳도 있다. 어쩌다 명동을 들리는 뜨내기들로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집들이다. 이래저래 명동에서 맛집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명동 근처에서 날마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늘 외식이나 길거리 브랜드 음식만 먹을 수는 없는 일. 곳곳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혹은 먼저 근무한 선배와 함께 들르다 보면 하나둘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낸다. 명동에는 흔히 직장인 메뉴로 불리는 집들도 빠짐없이 들어있다.



명동입구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이른바 롯데타운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 영플라자, 롯데호텔과 각 계열사 사무실이 들어있는 롯데 빌딩까지 롯데 건물들이 즐비하다. 롯데그룹 홍보실 이병희 부장이 롯데 직원들이 점심, 저녁 잘 들르는 명동 맛집 정보들을 수집해주었다.

명동 할머니국수



명동 예술극장을 끼고 좁은 길로 양쪽으로 음식점 간판을 구경하며 죽 올라가다 보면 거의 다가서 오른편에 샛골목이 하나 있다.

초록색 플라스틱 지붕이 마치 작은 터널처럼 쳐있는 곳이다. 명동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생각하며 들어가면 할머니 국수라는 간판이 보인다. 가게가 있는 길의 위치가 말해주듯 입구부터 10개도 안되는 테이블이 전부인 내부까지 작고 허름한 집이다.

하지만 적어도 명동에서는 가게 외관만 보고 맛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 집의 국수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 길고 좁은 테이블, 등받이도 없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모르는 사람과 기꺼이 합석을 하고 먹어도 좋을 만큼 맛이 있다. 가격도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저렴하다.



1958년 같은 자리에서 세 평 크기의 ‘서서먹는 할머니 국수집’으로 시작한 이 집의 주 메뉴는 지금도 여전히 국수와 분식. 할머니 국수는 주문하면 1분도 안되서 뚝딱 나온다. 국수는 맛도 모양도 참 단촐하다. 국수와 국물, 붉은 다대기와 김가루가 전부다. 두부국수에는 큼지막하게 썬 두부가 올려진다.

면발과 국물을 한꺼번에 먹어보니 오래전 엄마가 말아주던 국수 맛 그대로다. 양념도 별로 없고 그냥 말 그대로 국수. 단촐하지만 허하지 않고 소박하다.



서울에서 아직도 이런 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울 뿐이었다. 그래서 여느 분식집과는 달리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서울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데, 어떻게 알고 오는 지 일본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이들에게는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이 나간다.

할머니 국수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배가 빨리 꺼진다는 것. 두 사람 이상 함께 가면 시중에서 파는 것과 사이즈가 다른 굵은 김말이나 쌀 떡볶이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역시 옛날 맛 그대로다. 맛있다.

대표메뉴 할머니 국수(3500원) 두부국수(4000원) 김말이(2500원) 쌀떡볶이(2500원) 제육덮밥(4500원)
전화번호 02-778-2705

진사댁



명동에는 한정식 집도 있다. 그것도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기와를 올린 제대로 된 전통 한옥에서 먹는 한정식이다. 서울에서도 땅값 비싸기로 첫째가고 크고 작은 빌딩 뿐인 명동에 전통 한옥에서 먹는 한정식이라니. ‘한옥 전도사’로 불리며 가회동과 안동에서 ‘락고재’라는 이름으로 전통 한옥 체험을 주선하는 안영환 한산 F&D 대표의 작품이다.

한국전통음식점이라는 나무 현판이 붙은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금방 명동 거리에서 보았던 분주한 도시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고즈넉하고 풍류가 넘치는 한옥의 세계가 펼쳐진다.

명동 한복판 진사댁 안의 소나무와 대청마루는 기이하기까지 할 정도다. 3층에는 하늘이 보이는 한옥의 중정까지 갖춰져 있고 저녁이면 가야금 공연까지 열려 운치를 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옥을 명동에 들여놓은 만큼 진사댁의 음식 역시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로 차려진다. 남도음식, 이북음식처럼 특정 지역의 음식이 아니라 우리 나라 곳곳의 대표메뉴들을 모아 한상 차려내는 것. 제주도의 갈치조림, 강원도의 황태구이, 전라도의 삼합등을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하나하나 먹어도 전부 맛깔스런 한식들이다.

때문에 을지로 일대의 금융권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파트너 특히 외국에서 온 이들을 접대하려는 사람들은 진사댁을 가장 첫 손가락에 꼽는다. 가격도 인사동 등지의 고급 한정식 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 특히 점심 정식은 인근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격이나 진배 없다. 굳이 손님 접대가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이 몰리는 이유다.

대표메뉴 점심정식(2만8000원) 사정식(3만8000원) 댁정식(5만원) 몽인재정식(7만원)
전화번호 02-774-9605

개화



명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국음식. 예전 대만대사관 시절부터 한국한성화교소학을 중심으로 일대에 이름난 중국집이 몰려 있었다. 화교들이 많이 사는 연남동과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중국적인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개화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한성화교소학에 이르는 중국집 거리 제일 초입에 위치한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벌써 중국말이 들린다. 한국말을 하더라도 중국 조선족 액센트가 두드러진다. 손님들이 가득한데다 손님, 종업원 할 것 같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왁자지껄함이 영낙없는 오래된 중국집 분위기다.

가격도 맛도 예전 스타일. 자장면 한 그릇이 양이 좀 적긴 해도 아직도 4000원이다. 건더기가 많은 요즘 자장면과 달리 거의 소스 수준의 자장에 굵은 면을 비벼 먹으니 새로 만든 옛날 자장이 아니라 정말 옛날식 자장이다.

하지만 이 집의 주특기는 자장보다는 짬뽕. 특히 굴짬뽕이 인기다. 큼직한 굴이 듬뿍 들어있는데다 부추를 많이 넣어 굴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여성은 한 그릇 다 비우기 힘들 정도로 푸짐하다. 일반 짬뽕도 해산물이 많이 들어있는데 진한 주홍색 국물에 비하면 그다지 맵지 않고 기름 맛이 강해 다소 느끼하다.

군만두도 맛있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고소한 만두가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게 생겼다. 튀김옷 바삭하고 속도 찰지다. 이유 없이 중국 음식이 땡길 때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집이다.

대표메뉴 자장면(4000원) 짬뽕(5000원) 군만두(5000원) 탕수육(1만5000원)
위치 02-776-0508

미성옥



담백하고 깔끔한 설렁탕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메뉴. 명동 한복판 뒷골목에 맛난 설렁탕 집이 있다. 명동예술극장 옆 버거킹 골목으로 들어가 우회전하면 막다른 길에 자리하고 있어 모르는 사람은 절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50년 전통의 명가다. 메뉴는 설렁탕과 수육 딱 두가지 뿐이다. 설렁탕 집에서 흔히 하는 도가니탕도 없다. 입구에서부터 넥타이 맨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이집은 심플한 설렁탕 본연의 맛에 충실한 집. 쇠고기를 푹 우려낸 육수는 약간 슴슴하다 싶을 정도로 꾸밈이 없다. 고기와 제법 굵은 국수가 들어있고 파까지 미리 뿌려 나와 밥만 말아 먹으면 된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워 금세 넘어간다. 설렁탕에 깍두기가 빠질 수 없다. 이 집의 장수 비결 중 하나도 깍두기다. 너무 삭지도 설익지도 않은 아삭한 깍두기에 연신 숟가락질 하다보면 한 그릇 뚝딱이다. 아직 앞사람의 그릇이 치워지지도 않은 식탁에 미리 자리부터 잡고 선불을 내야 하는 등 웅성웅성 소란스런 가게 분위기 속에서 후루룩 한 끼를 해치우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런 게 바로 설렁탕의 매력이 아닌가.

대표메뉴 설렁탕(8000원/1만원) 수육(3만원/3만5000원)
위치 02-776-1795

명동할매낙지



명동에 구석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명가. 이 집의 구력은 60년이다. 명동역에서 엠플라자 못미쳐 뉴 발란스 건물을 끼고 우회전하면 명동할매낙지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정작 가게는 입간판이 붙어있는 건물 입구에서도 좁은 복도를 한참 들어가야 나타난다.

이따금 까닭 없이 매운 것이 먹고 싶거나 질겅질겅 씹어대고 싶을 때 생각나는 메뉴, 낙지 볶음이 이집의 대표 메뉴. 주인 할머니가 충청도 사람이라 굳이 따지자면 충청도 식이다. 오래된 집답게 메뉴가 몇 개 안되고 등받이 없는 의자는 가장자리가 다 닳았다.

메뉴 종류는 두 가지. 낙지/제육/오징어 백반과 볶음이다. 백반과 볶음의 차이는 양의 차이. 볶음 소를 시키면 두 사람이 먹기 적당하다. 낙지 볶음을 주문하면 맵기를 물어본다. 매운 맛-보통맛-안 매운 맛이 있다. 보통 맛이라도 상당히 맵다.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혀가 아리고 정신이 번쩍 난다. 함께 나오는 깍두기는 손도 못댈 정도. 하지만 개인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다. “혀를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고 하니 소개한 이병희 부장은 “그 맛에 먹는 거 아닙니까”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

낙지 볶음에는 양파, 양배추 등 모두 12가지 양념이 들어가는데 영업 비밀인만큼 종류나 배합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국물은 자작한 정도. 밥을 비벼 먹으려면 접시 밑에 깔린 국물을 적당히 긁어 붓는 것이 좋다. 따라나오는 국물은 오뎅 국물이 나온다. 너무 뜨겁지 않아 좋다.

저녁 때는 소주나 막거리 한 잔 걸치면 딱 좋은 메뉴다.

대표메뉴 낙지백반(7000원) 낙지볶음(소 1만8000원, 중 2만5000원, 대 3만5000원)
위치 02-757-3353

아비꼬



요즘 명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점 중 하나. 대우증권 명동지점을 끼고 죽 올라가면 새로 생긴 상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일찍 가지 않으면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더니 정말 12시가 넘어서자 긴 줄이 생겼고 기다리기 싫은지 쌀쌀한 날씨에도 건물 밖 파라솔 밑에 차려진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아비꼬는 일본식 매운 카레 프랜차이즈. 일본 오사카의 카레 전문점이 진출한 것으로 홍대 1,2호점을 비롯해 몇 군데가 영업 중인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 집의 특징은 두가지. 맵기와 골라먹기. 총 100시간을 거쳐 상에 오르는 카레는 매운 정도에 따라 아기 단계에서 신단계라는 6가지로 나뉜다.

아기 단계는 말 그대로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이고 신의 단계는 맵다기 보다 아픈 단계라고. 물론 먹는 사람이 입맛대로 선택하면 된다. 아기 단계를 제외하면 신라면 정도인 1단계도 뒷맛에 매콤함이 강하다.

맵기 외에 기본 메뉴와 타입과 토핑도 철저하게 고객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기본 메뉴는 카레라이스, 하이라이스, 카레우동 중 택일. 타입은 비프, 포크, 치킨, 알새우 버섯 등 6가지, 토핑은 돈까스 치즈 고로께 등 7가지다. 처음 메뉴를 보면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레라이스+비프+날계란+돈까스와 카레우동+해산물+날계란+왕새우튀김의 조합이 가장 폭넓은 인기를 누린다고.

카레는 맵기 외에도 다소 맛이 강하고 양도 많다. 한꺼번에 비벼먹으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금씩 섞어가며 먹어야 한다.

자체의 맛도 집에서 먹는 것과는 전혀 달라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한끼를 먹더라도 내 입맛대로, 재미있게 먹을 수 있으니 젊은층이 몰리는 이유를 알겠다.

■ 여기도 꼭 가볼만
수백 개의 음식점이 밀집한 명동에서 맛집을 고르기는 정말 힘들었다. 5개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 부장이 보내온 곳만 20개에 가까웠다. 지면과 시간 관계상 메뉴의 종류를 기준으로 6집을 골라내긴 했지만 나머지 맛집들도 그냥 지나치긴 아쉬운 곳들이 많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집들도 있지만 그래도 명동에 가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식당들을 다시 한번 추려 보았다.

명동콜
명동 부대찌개의 맥을 이어가는 곳. 오삼불고기도 맛있다. 자리가 많아 단체로 가기 편리하며 가격도 좋다. 02-776-7801

가쓰라
바삭하고 고소한 정통 튀김류와 청주 그리고 다양한 안주류가 있는 음식점. 명동에서 제일 유명한 일식집 중 하나. 02-779-3690

따로집 소고기국밥
대구식 따로국밥집. 전날 과음을 했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 찾으면 좋다. 식사 전 모듬전에 막걸리 한잔을 먹고 나면 밥맛이 더 좋다. 02-776-2455

명동교자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유명한 곳. 일본 관광객들의 명동 관광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본점과 1호점 모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이 집만의 닭육수 칼국수와 만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02-776-5348(본점) 02-776-3424(1호점)

일품향
한성화교소학 인근 중국집 중 하나. 특히 이집 자장면은 서울 시내에서도 으뜸이다. 오향장육과 짬뽕 맛도 좋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02-753-6928

백암순대 삼겹살
순대와 순대국밥이 맛있는 곳. 특을 시키면 양도 많고 날계란이 나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데도 대낮부터 삼겹살을 굽는 일본 관광객이 제법 된다. 02-756-5959

꽁시면관
샤오롱바오와 마늘갈비가 맛있는 중국식당. 가격이 좋고 대개 큰 병으로만 파는 고량주를 아주 작은 사이즈로 판매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02-778-8863

장수분식
명동에서 역사가 오래된 분식집. 돌냄비우동이 가장 유명한 메뉴로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02-777-5974

비꼴로
골목에 숨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02-756-0908

[김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52호(10.11.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