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경영·전략

애플이 바꿔놓은 기업 전략-"이젠 팀 對 팀의 경쟁이다" (에코시스템 전략)

자하연 2010. 11. 10. 21:18

출처 : http://blog.naver.com/stussy9505/60107371529

 

[Weekly Biz] "이젠 팀 對 팀의 경쟁이다" 애플이 바꿔놓은 기업 전략


애플 성공요인은 제품 경쟁력 못지않게 콘텐츠·앱, 소비자 네트워크의 힘…
승부 관건은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팀워크 만드는 '연결'의 끈끈함에 있다

 

요즘 한국의 IT산업은 '애플 쇼크(Apple Shock)'를 겪고 있다. 애플 아이폰(iPhone)은 5개월 만에 60만대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팔렸던 어떤 휴대폰도 이렇게 빨리 시장을 잠식해 나간 적이 없다. 세계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AdMob)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 중에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50%에 이른다. 경쟁자인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24%, 윈도 모바일폰은 2%에 불과하다. 애플의 성공을 보면서 'IT 강국'을 자처해온 한국의 자신감은 허상(虛像)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도대체 이처럼 압도적인 애플의 성공 요인은 뭘까? 흔히 애플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이 많이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애플의 강력한 '에코시스템(ecosystem)'에 주목한다.

에코시스템이란 원래 생물학 용어로, 자연환경과 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생존해 나가는 자연계의 질서를 말한다. 이것을 1993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인 제임스 무어(Moore)가 비즈니스에 접목해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주로 IT 분야의 여러 기업이 몇몇 리더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생(共生)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 / 신화 연합뉴스

에코시스템이란 용어는 한때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가 최근 애플 쇼크와 함께 다시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애플의 성공 요인이 단지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의 경쟁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에 연결되는 음악·영상 콘텐츠와 응용 프로그램(app·앱), 주변기기, 나아가 소비자 네트워크의 힘에 기인하는 바 크다는 것. 다시 말해 개별적인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팀을 짜서 팀 대 팀으로 벌이는 경쟁이라는 것이다.

승부의 관건은 팀워크를 만들어 내는 '연결'의 끈끈함에 있다. 애플의 비즈니스모델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업체들과 수익을 배분하고 상생(相生) 하는 환경을 만든 데 기인한다. 그런 모습이 자연계의 공생 모델과 닮아 있다는 의미에서 에코시스템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결국 지금 애플의 아성을 깨려면, 애플이 구축한 견고한 에코시스템의 벽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전자LG전자, SK텔레콤이 지금껏 그래 왔듯 "값은 더 싸면서 디자인이나 성능은 뛰어난" 제품을 내놓은 것만으로는 '타도 애플'은 불가능하다. 경쟁의 판이 이제 개별 제품에서 에코시스템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에코시스템의 경쟁력이 제품의 경쟁력

예를 들어 방금 아이폰을 구매한 어떤 소비자가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곧바로 아이폰을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크래들(거치대)을 사고, 애플의 콘텐츠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iTunes)에 접속해 음악 몇 곡을 다운로드 받는다. 그리고 아이튠즈를 뒤져 최신 게임도 내려받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아이폰을 팔아 돈을 벌고, 중국 제조업체와 국내 유통업체는 크래들을 팔아서 돈을 벌며,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음반업체는 앱과 콘텐츠 판매 수익을 얻는다.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기 위한 무선인터넷 접속료는 통신업체가 받아간다. 문자 그대로 공생이다.

허순영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애플의 에코시스템은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콘텐츠, 응용 프로그램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앱스토어에 팔기 위해 애플의 에코시스템에 뛰어든다. 우수한 앱과 주변기기들이 쏟아지면 아이폰의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이는 더욱더 많은 아이폰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이런 식으로 애플의 에코시스템은 점점 더 커지고, 진화해 간다.

애플은 이처럼 진화하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첫째, 애플은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 '열린 정원(open garden)'으로 바꿨다. 아이팟과 아이폰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고, 콘텐츠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즈도 개방함으로써, 외부 콘텐츠 업체와 앱 개발사가 애플이 제시한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자사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했다. 애플은 나아가 이들 업체에 판매 수익의 70%를 제공하고, 나머지 30%만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통신업체나 휴대폰 제조업체와 콘텐츠 업체 간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애플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휴대폰 시장 환경은 공급자와 제조사, 소비자가 위계적 질서에 따라 독점적으로 연계된 수직적 구조였다. 휴대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이동통신업체의 허락을 받아야만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고,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판매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콘텐츠 업체들은 통신업체의 하청사에 불과한 셈이었다.

둘째, 애플은 제품 간에 동일한 운영체제(OS)를 사용해 소프트웨어가 호환되도록 했다. 이를테면 아이팟터치에서 사용 가능한 콘텐츠는 아이폰과 아이패드(iPad)에서도 약간의 변경만으로 사용 가능하다. 콘텐츠와 앱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한 번에 여러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제품 간에 사용 방법이 동일하기 때문에 아이팟을 써본 사람은 아이폰, 아이패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한번 애플에 익숙해지면 다른 회사 제품을 쓰기 어렵다.

현재 애플의 에코시스템은 규모 면에서 경쟁자들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튠즈 사이트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1300만개, 소프트웨어는 20만개 이상이다. 아이폰 주변기기와 액세서리의 종류도 2000여 가지가 넘는다. 아이팟·아이폰 사용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8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의 실패에서 배운 애플

그렇다면 애플이 이처럼 성공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애플의 쓰라린 실패 덕분이다. 애플은 1990년대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내세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을 상대로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양 진영의 성패를 가른 것이 바로 에코시스템이었다. 애플이 매킨토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효율성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가면서 다른 기업들과의 에코시스템 육성에 실패한 반면, 인텔과 MS는 PC의 기술과 시장을 다른 기업들에 널리 공개하고 사업의 에코시스템을 키웠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개인용 컴퓨터 중 99%가 MS와 인텔의 기술에 기반한 PC 제품이다. 매킨토시는 출판이나 디자인 분야에 주로 쓰이는 전문 제품으로 전락했다. 와신상담하던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비즈니스를 플랫폼화 함으로써 과거 인텔·MS에 패한 한을 풀었다.

그러나 애플은 여전히 아이팟이나 아이폰이라고 하는 하드웨어에 관한 한 독점 공급이라는 틀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나 노키아에 제조를 허용치 않는다. 애플의 주 수익원은 여전히 아이팟이나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노리는 애플의 약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는 철저히 과거 MS와 인텔의 에코시스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OS의 공급자로 남고, 하드웨어 시장은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콘텐츠와 앱 시장은 역시 외부의 수많은 전문 업체들에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구글의 에코시스템이 애플에 비해 훨씬 열려 있는 셈이다. 휴대폰 제조업체들로서는 애플에 맞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손잡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분간 하드웨어 시장에서 애플은 혼자, 안드로이드는 수십개의 휴대폰 전문업체들을 등에 업고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5~10년 후 최후의 승자는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이나 디자인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필마단기(匹馬單騎)이다. 수십개 휴대폰 제조사들이 참여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을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물량 공세를 혼자 버텨내기는 힘들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NDP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새로 스마트폰을 산 사람 중 28%가 안드로이드폰을 택해 사상 처음으로 애플의 아이폰 OS(21%)를 제쳤다. 어느 쪽이든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강력한 에코시스템의 육성에 성공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기사출처: 조선일보 위클리비즈(2010.05.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