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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기업경영 두려운가? 그럼 '프로세스'를 외쳐라

자하연 2010. 11. 10. 20:57

출처 : http://blog.naver.com/stussy9505/60107010767

 

"널뛰기 기업경영 두려운가? 그럼 '프로세스'를 외쳐라"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leem@yonsei.ac.kr 
 
[임춘성 교수의 'E² 경영(Examination & Evaluation·진단과 평가)']


프로세스 4가지 핵심요소 - 돌고래 쇼처럼 '간결'하고 개미처럼 '명료'하게 일하고 기러기떼처럼 '연계' 이루되 아메바처럼 '유연'해야…
모든 업무 프로세스화 하나 - 고객별 요구·상황 다양한 호텔 등은 프로세스 피해야 그럴 땐 '원칙'만 제시하고 직원 역량에 맡기는 게 현명

 

최근 추신수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맹타자로 우뚝 선 원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프로세스(process)'다. 추신수는 몸-허리-엉덩이-다리로 자연스레 힘을 배분하고 무게중심을 맞추어 공을 쳐내는 그만의 '타격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타격 프로세스는 정확한 컨택트에 기반하고 있다. 간결하고 연계된 스윙 동작과 명쾌하고 유연한 타격 포인트로 다양한 구질의 공을 받아친다. 반면 이승엽 선수는 투수의 공을 예측하여 '노려치는' 전략이다. 그래서 폭풍처럼 홈런을 양산하다가도 어느 순간 침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전성기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은 공에 대해서도 타격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진 기업들은 성과라는 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즉 프로세스에 주목한다. 프로세스 경영이 추세이고,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이 대세인 것이다.

그런데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기업 경영의 다른 모든 일이 그렇듯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Weekly BIZ 4월 3일자 '경영의 금메달은 종합검진에서 나온다' 참조)

그러나 잠깐, 프로세스 진단과 평가에 앞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즉 '모든 업무를 프로세스화하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 모든 업무의 프로세스화… 가능할까?

품질경영의 대가 에드워드 데밍은 "만약 하고 있는 일을 프로세스로 기술하지 못하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이 프로세스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무분별한 프로세스 정형화와 비대화는 자칫 기업의 탄력성과 창조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리츠칼튼호텔의 사례를 보자. 이 호텔이 과거에 만든 종업원 매뉴얼엔 이런 대목이 있었다. '항상 고객의 짐을 들어줄 것, 호텔 내 위치를 안내할 때 직접 모실 것.'그러나 매뉴얼에서 예측 못 한 돌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임기응변이 도처에서 요구되었다. 호텔에 도착한 고객이 화장실을 급히 찾는다고 고객의 짐을 들고 화장실까지 직접 모실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호텔은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최소화하고 호텔리어 개개인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고꾸라지던 고객 만족도도 다시 올라갔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상황과 요구가 다양한 경우에는 무리한 프로세스화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임기응변의 여지를 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종업원에게 프로세스만 강조하기보다 '원칙(principle)'을 제공하고, 그 뒤는 잘 교육된 종업원들의 역량에 의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 다트머스대학 교수인 조셉 홀과 에릭 존슨은 "프로세스에 예술을 허(許)하라"고 말했다.

프로세스 진단과 평가는 진단과 평가를 해야 할 프로세스를 식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정형화하지 않을 업무를 프로세스화하여 열심히 진단, 평가, 혁신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잘하는 것(Do the wrong things right)'일 뿐이다.

진단과 평가, 생명체에서 배우다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할 것인가? 효과적인 방법은 프로세스가 갖추어야 핵심 요소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 요소는 '4C'로 요약할 수 있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돌고래의 쇼처럼 간결(Compact)해야 하고, 개미처럼 명료(Clear)하게 일하며, 기러기 떼처럼 연계(Connective)를 이루되, 아메바처럼 유연(Corresponsive)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진단과 평가는 기업의 프로세스가 이러한 네 가지 특성을 얼마나 잘 소화해내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① 간결(Compact)

먼저, 프로세스는 간결성을 갖추어 실행이 용이하고 속도전에 강해야 한다. 그 핵심은 표준화된 규범에 따른 신속한 행동이다. 돌고래는 수상 쇼의 스타이다. 강력한 지느러미 근육을 활용해 큰 몸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련사의 훈련을 받아 약속된 신호에 따라 표준화된 몸놀림을 보여주는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돌고래처럼 간결하고 신속한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민영화 이후 공기업적 경영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프로세스 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신속한 의사 결정과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2~3시간이 걸리던 납기 응답 시간이 6초 이내로, 14일이었던 재고 일수가 7일로 단축됐다. 이는 최근 한국의 최우수 경영기업(홍콩 월간지 '파이낸스아시아' 선정)에 오르는 영예의 기초가 되었다.

② 명료(Clear)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미들의 군락은 명료한 프로세스 그 자체다.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는 각자에 주어진 분명한 책임 소재에 맞추어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한다. 개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소통 매체가 있다. 바로 '페로몬(pheromone·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체외 분비 물질)'이다. 이 화학물질을 통해 수많은 개미들의 업무가 가시화된다. 먹이 찾는 길, 적을 방어하기 위한 선 여왕개미가 새끼를 인도하는 경로 등이 분명하게 표시되는 것이다.

300여개 부문에 걸친 푸조(PEUGEOT)의 복잡한 마케팅 프로세스는 비효율의 극치였다. 기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지적 재산 중 하나인 광고 아이디어와 자료의 관리방식도 일원화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푸조는 디지털화된 '중앙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을 도입하여 프로세스의 명료화를 꾀했다. 푸조의 프로세스는 70여개로 명료하게 재구성됐고, 마케팅의 핵심 관리 지표인 기획 대비 실행시간 차이, 광고 채널 전달 시간 등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③ 연계(Connective)

프로세스 연계의 중요성은 기러기들의 이동 과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기러기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V자형 편대를 이룬다. 장거리 이동이라는 단순한 목표에 맞게 질서정연하게 비행한다. 비행 중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우두머리가 행로를 바꾸면 나머지 기러기도 같은 궤적을 그리면서 따르는 고도의 통제 수준을 보여준다. 낙오자 없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프로세스인 셈이다.

히타치가 '특허의 히타치'로 호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특허 관리 프로세스의 연계성에 있다. 2004년 일본 총무성에서 '지적재산권 분쟁이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취지의 백서를 발표했을 때 히타치는 이에 대응하는 특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적재산권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제품 개발과 출시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 특허의 생성, 출원, 활용과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연계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통제한 결과였다.

④ 유연(Corresponsive)

마지막으로 프로세스는 아메바와 같은 유연함을 가지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메바는 유연한 외형으로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추어 몸의 형태를 민첩하게 바꾸고, 먹이를 발견하면 빠르게 감싸버린다.

아메바는 그러면서도 기반 프로세스의 안정성은 유지한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형태를 바꾸면서도 안정적이고 흐트러짐 없이 '아메바 운동'을 한다.

기업의 프로세스 역시 아메바처럼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생산 프로세스의 유연함을 강조한 셀(cell)방식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슬로바키아의 갈란타시(市) 공장에서는 생산직 직원 대부분을 셀 생산 방식의 신규 프로세스에 투입했다. 숙련된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ㄷ'자 모양의 개별 작업대에서 LCD 모니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고 성능 검사까지 해낸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급작스러운 주문 품목과 주문량의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기업의 중심에서 프로세스를 외치다

남은 과제는 실제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일이다. 그리고 해석된 결과에 따라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혁신을 실행하는 일이다. 프로세스 혁신의 실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우선 CEO와 혁신 담당 임원 간에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고, 혁신 담당 부서와 프로세스 혁신 대상인 부서 간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공화정의 '프로세스'를 예찬하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강한 통제력과 유연한 대응력의 조화 그리고 위정자들의 명쾌한 판단력과 뚜렷한 책임 소재가 전성기 로마 공화정 프로세스의 특성이었다.

경영자들이여, 이 글을 읽는 즉시 기업의 중심에서 프로세스를 외치라. 핵심 프로세스를 주도면밀하게 진단·평가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라

 

..기사출처: 조선일보 위클리비즈(2010.0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