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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역/맷돌소바]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깔끔한 대형 소바집

자하연 2010. 10. 29. 16:47

http://kr.blog.yahoo.com/jsj3330/897 



신사역을 지나가다 보면 눈에 확 띄는 저 컨테이너처럼 생긴 차.
'맷돌소바'라는 이름을 하고 있고 안에 뭔가 엄청난 기계들이 보인다. 게다가 바퀴까지 달려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당연히 들어가봐야지. 궁금한데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안궁금한것만 못하다. -조이전서





바로 '맷돌소바'라는 음식점의 제면실이다.





와 대단하다. 전부 일본에서 수입한 제면기들. 로보트라도 막 생산할 것 같은 기세다.
이렇게 백주대낮에(?) 대놓고 화려한 소바집은 처음 본다. 뭔가 너무 전문적이고 훌륭해서 기대감이 좀 든다.





흐음 안에 메밀꽃이 화려하게 피어있고





깨끗한 인테리어와 큰 규모가 돋보인다. 일본에서도 아담한 소바집들만 댕겼는데 와 이런 큰 소바집은 처음이다.





메뉴판 첫머리부터 강조한 것은 바로 색깔이 하얗다는 것.
우리나라는 워낙에 엉터리 시커먼 소바들이 진짜 소바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검은색 = 진짜소바' '하얀색 = 그냥 밀가루국수' 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그래서 이집은 면이 하얗지만 100% 진짜 소바라는 글을 구구절절 써놓았다.
시중에 왜이렇게 가짜소바가 많느냐 이유는 단 하나 메밀이 밀가루보다 비싸니까.





이어 등장한 이집의 대표메뉴 '맷돌소바'. 100%메밀과 80%메밀을 골라먹을 수 있다.
메밀함량을 시원하게 밝힌 점, 소스가 한국식 일본식 두종류로 나오는 점이 맘에 든다. 
일본식 소바쯔유는 너무 짜서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낄테고, 그렇다고 삼삼하게 내자니
엉터리라는 소리를 들을 터라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둔 게다.





토종닭무침소바나 고추장소바 등등 현지화된 실험적인 소바들도 보인다.





따끈한 온소바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최근에 꽂힌 스바루와 비교도 할겸 과감하게 주문해봤다.





기본소바 '맷돌소바' 나왔다.





면은 똑바로 만든 무난한 소바면으로서 상당히 퀄리티가 괜찮다. 여기가 서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면발이다.





메밀 입자가 거의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도정했다. 메밀향도 그윽하게 난다.





동경에서 먹었어도 소바면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이긴 한데 스바루의 그것보다는 뭔가 부족하다.


 


뭔가 좀 물을 더 머금은 것 같고 면이 좀 굵은 느낌? 아무튼 특A급 소바면들보다는 향미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여기는 서울이고 이정도 큰 규모의 식당에서 메밀로 잘 만든 소바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건 한국식으로 제조한 고추장소바.





메밀이랑 고추장도 궁합이 맞을 것 같네. 하지만 난 메밀향을 어떻게든 극대화해서 먹고 싶으므로 강한 고추장은 반댈세.





이건 튀김소바에 따라나온 튀김들.





따끈한 튀김소바.





이건 오리소바.





역시 괜찮다. 이정도면 오리소바로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역시 스바루와는 약간의 퀄리티 차이가......
소바장인이 혼자서 각잡고 작은 가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소바와
이 거대한 자본이 투자된 대형소바집을 단순비교하는 것이 좀 불공평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격도 비슷하고 최근에 스바루를 종종 들르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되네.





그래도 역시 정상적으로 만든 오리소바맛이 딱 나 준다. 역시 서울에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집 걱정된다. 여긴 소바매니아를 대상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스바루와는 개념이 다르잖아.
이집은 대중적이고 규모도 크고 위치도 좋고 자본도 많이 투자된 소바집인데 사실 소바라는 개념도 잘 안잡혀있는 서울에서
메밀이 맞는지 모밀이 맞는지도 모르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이 규모를 과연 버텨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이런 연잎밥같은 사이드 메뉴들이 있다.





돈까스도 있다. 이런 사이드 메뉴들은 다 가족단위로 오는 손님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일본 출장때 먹어본 소바를 기억하는 아버지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온 경우...
아버지야 소바를 먹는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가족들은 소바가 뭔지도 이런 국수가 왜 만원이 넘는지도
메밀국수가 왜 뜨끈한 지도 모를테니 그런 가족들을 위해 당연히 이런 메뉴가 있어야겠지.





돈까스도 그럭저럭 잘 튀긴 수준으로 나온다. 좀 기름이 더 뽀송하게 튀겨졌으면 고기가 덜 퍽퍽했으면 하는 아쉬움.

아무튼 특이한만큼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하는 집이었다. 서울에서는 아주 매니악한 음식에 편견까지 존재하는
정통 일본식 소바를 아주 대중적인 컨셉으로 큼지막하게 개업한 것 부터가 엄청난 도전과 용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람들이 똑바로 만든 소바가 뭔지 개념을 빨리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나오는 앞마당 제면실과 구구절절 설명들.
과연 이집이 서울에 소바를 대중적으로 뿌리내리게  될지 아니면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외면받을지 지켜볼 작정이다. 끝!!!

신사역 1번출구에서 브로드웨이극장 방면으로 200m정도 꽤 직진하면 나옴. 서울 강남구 논현동4-18 하림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