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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한국에 이런 회사가

자하연 2010. 10. 15. 14:54

 

 

EV/EBITDA 0.4배 '경이적'…회사 인수 반년이면 '본전' 뽑아
현금성 자산 3600억원 넘는데 40년째 셋방살이 '자린고비 경영'

 

 

영업이익(법인세 차감 전)이 기업가치보다 큰 회사가 있다. 국내 1위 분유회사 남양유업 얘기다. 상장사이면서도 10년 넘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탐방에 응하지 않아 꽁꽁 숨겨졌던 남양유업 기업가치의 뚜껑이 열렸다.

이달 초 남양유업을 탐방한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니치마켓팀장은 14일 "남양유업의 현금성자산이 6월 말 3623억원이며 연말엔 371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남양유업은 '기업가치(EV)'를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EV/EBITDA가 0.4배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 비결은 사옥을 갖지 않고 배당을 적게 하는 '자린고비 경영'이란 평가다.

◆남양유업 인수 시 반년이면 본전 뽑아

EV/EBITDA가 0.4배라는 것은 남양유업 주식을 모두 사들이더라도 회사내 현금성자산과 영업이익만으로 약 5개월(0.4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상장사의 EV/EBITDA가 1배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보유한 현금자산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EV/EBITDA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사 중 EV/EBITDA가 가장 낮은 기업은 CJ인터넷으로 1.4배였다. 이어 텔레칩스(1.9배),광주신세계(2배) 등이 뒤를 이었다. EV/EBITDA가 3배 이하인 기업은 9개에 불과했고 상장사 평균은 7~8배로 추정되고 있다.

김 팀장은 "0.4배라는 비율도 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과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된 2509억원의 평가차익을 배제한 보수적 수치"라며 "남양유업의 현금성자산은 연말 4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양유업이 2007년 가입한 ELS는 모두 원금보장형으로,이중 1200억원은 만기가 없이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달할 때까지 매년 8%씩 이자가 쌓이는 상품이다.

◆'자린고비 경영'으로 현금 쌓아

 

기업 규모에 비해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사옥이 없다. 서울 남대문로1가 대일빌딩에 40년째 세들어 살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생산 효율성을 최우선에 놓고 생각하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자린고비 경영은 임원 수에서도 드러난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이 1조89억원으로 경쟁업체인 매일유업(8344억원)보다 많지만 임원수는 단 6명으로 매일유업(28명)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풍부한 현금성 자산은 생산설비 증설에 대거 투입됐다. 2002년 충남 천안에 1000억원을 들여 자동화시설이 완비된 공장을 지었고,2008년에는 전남 나주에 11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세웠다.

◆주주 배당금도 아껴

주주들에 대해서도 짜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배당액도 주당 950원으로,14일 주가(56만원) 대비 시가배당률이 0.002%에 불과했다. 매출은 1조원이 넘는데 자본금은 36억원에 불과하다. 소극적인 기업홍보(IR)로 주가도 좀처럼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27.4%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 투자자들의 이익이 외면받고 있다"며 "최소한 IR이라도 열심히 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주가가 재평가를 받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EV/EBITDA

EV(Enterprise Value · 기업가치)를 EBITDA(Earning Before Interest and Tax,Depreciation,Amortization · 이자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로 나눈 수치.EV는 시가총액에다 순차입금(차입금-현금성 자산)을 더해 구한다. 인수 · 합병(M&A)시 기업가치 측정수단으로 개발돼 주가수익비율(PER)을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예컨대 EV/EBITDA가 2배인 기업은 시장가격(EV)으로 인수할 경우 2년간 이익(EBITDA)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입력: 2010-10-14 17:44 / 수정: 2010-10-14 18:23

 

출처 : http://blog.naver.com/spp0805/120116683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