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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과 절친되기] 우리은행

자하연 2011. 4. 15. 11:36

 
조은희(25·동아대 중어중문학과 졸)씨는 지난해 우리은행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 취업재수생이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탈락한 탓에 그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다.

 

지난 5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찾은 조씨는 우리은행 HR본부의 황록 부행장을 만나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쓰는 법부터 면접관들이 선호하는 옷차림새까지 세밀한 조언을 들었다. 글로벌사업단장 출신인 황 부행장이 조씨의 전공을 의식한 듯 “중국어를 잘하냐”고 말문을 열자, 조씨도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우리은행 지점에도 가봤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인터뷰에는 이종인 우리은행 인사부장 등이 배석해 도움말을 줬다.

 

자기소개 열정담아 간결하게

소제목 달아 이해도 높일수도

합숙면접 전형준비 가장 중요


 

-올해 대졸사원은 얼마나 뽑을 계획인가?

“하반기에 200명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 서류전형이 시작될 것 같다.”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설명해달라.

“가장 앞서는 덕목은 품성이다. 금융기관인 만큼, 원칙과 정도가 많이 강조된다. 이런 품성을 기본으로 미래 금융시장을 이끌어갈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췄는지를 평가해서 선발한다.”

 

-연간 2천명 규모로 인턴 선발계획을 발표했는데.

“그렇다. 연초에 760명을 청년인턴으로 채용했고, 3개월 주기로 120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여름방학 때 외국 엠비에이(MBA) 출신을 대상으로 15명의 인턴을 선발한다.”

 

-은행권 인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인턴이라고 해서, 잡일을 시키지 않는다. 은행의 핵심 본부에도 6분의 1가량을 배치해 업무를 익힐 기회를 부여했다. 정규직 사원 채용 때 채용인원의 20% 범위 안에서 우수 인턴을 채용하거나 전형단계에서 가산점을 부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원자들의 평균 스펙은?

“보통 학점 3.75점 이상에 토익 850점 정도다. 금융 관련 자격증도 두세 개씩 갖춘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 평가단계에선, 스펙 점수보다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구간별 점수 편차가 훨씬 크다.”

 

-채용전형에 앞서 준비할 것이 있다면?

“캠퍼스 리쿠르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가 되면 서울에 있는 대학 20곳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대학 네 곳을 돌면서 채용설명회를 연다. 인사담당자들이 구직자들과 일대일 상담을 해주는데,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자들에 대해선 인사부에 기록이 남게 된다.”

 

-어떤 내용을 상담받을 수 있나?

“이미 많은 지원자들이 캠퍼스 상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증명사진을 몇 개 가져와서 어떤 사진이 제일 좋은지 찍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자기소개서를 한번 봐 달라는 이들도 있다. 일일이 인사담당자들이 상담을 해준다. 또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채용설명회가 없는 경우, 다른 대학으로 직접 원정을 오기도 하더라. 채용설명회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셈이 된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에게 보이는 지원자의 첫인상이다. 보통 짧은 시간(2분 이내)에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도와 지원자의 열정을 간결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짧게 쓰라는 뜻은 아니다. 소제목 등을 달아 인사담당자의 이해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최고경영자(CEO)의 글이나 관련 기사를 분석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서가 있다면?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일본 물고기 ‘고이’를 예로 들며,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내보인 지원자가 있었다.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반면 어릴 때부터 돈 관리를 잘했거나 ‘우리’라는 이름이 마음에 와닿았다는 등 평이한 자기소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서류전형에서 얼마나 걸러내나?

“보통 최종 합격자의 5배수 안팎으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정한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은 1차 실무자 면접, 2차 합숙면접, 3차 임원면접을 거쳐야 한다. 각 면접 단계에 맞는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우리은행 채용 전형의 백미인 합숙면접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면접에서 주로 나오는 질문은?

“금융 및 경제, 사회현안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5만원권 화폐가 유통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임원들이 보는 잣대는 실무자 면접과는 다를 것 같다. 어떤가?

적극적인 지원자에 점수를 많이 준다. 다만 많은 지원자들이 실제 은행 직원들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모아오곤 하는데, 이를 일일이 나열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자신이 은행에 들어와서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진로 개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좋다.”

 

-면접 때 옷차림새 등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신뢰감을 주는 옷차림이 좋다. 대체로 지원자들이 검은색 정장에 하얀색 블라우스, 단정한 머리 등을 하고 오더라.”




■ 특허받은 우리은행 합숙면접

까다롭지만 전 과정 즐기면서 참여

유머면접 등 매년 새 프로그램 추가

 

 



‘우리은행 신입행원 실무자 합숙면접 평가방법.’

우리은행이 보유한 특허명 가운데 하나다. 합숙면접은 우리은행이 2005년 약 3개월간의 연구를 거쳐 자체 개발한 고유의 면접 전형이다. 지난해 8월 특허청은 우리은행의 1박2일 합숙면접에 대해 특허권을 내줬다. 기업이 채용 제도로 특허를 취득한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우리은행 인사부의 유도현 차장은 “면접관의 주관에 좌우되지 않는 객관적 평가를 위한 최적의 면접 프로세스를 개발한 것이 특허를 받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학가에서 우리은행의 1박2일 합숙면접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합숙면접은 우리은행 안성연수원에서 실시되며, 모두 60명의 면접관이 20개조로 편성된 지원자들을 평가한다. 철저한 블라인드 면접 형태로 이루어지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면접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면접관이 지원자들을 평가하도록 했다. 면접관들은 휴대전화도 없이 1박2일을 지내야 한다. 시험 정보의 누출을 막기 위해서다. 인사 담당자들은 “전 과정에서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며 “지원자들이 면접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조차 인솔하는 진행요원들이 평가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딱딱한 면접시험의 틀을 깨기 위해 면접의 전 과정을 지원자가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액티비티'(Activity) 및 ‘펀'(Fun)의 개념을 접목시켰다. 이를 통해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영업점에서 고객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 하면, 콩트나 노래 등 장기자랑과 야외 체력테스트 등도 척척 해내야 한다. 영어 말하기 시험이 별도로 없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고사성어와 속담 등을 영어로 설명하고 맞히는 영어퀴즈를 통과해야 하고, 때때로 토론 중간중간에 면접관으로부터 영어로 이야기하도록 지시를 받기도 한다.

매년 새로운 면접프로그램이 추가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엔 지원자들이 개인기로 면접관과 팀원들을 웃겨야 하는 이른바 ‘유머 면접’이 치러졌다.

유 차장은 “얼마나 웃기는 내용을 보여줬느냐보다는 갑작스런 시험 주제에 지원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위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지원자들끼리 서로 평가하는 단계도 있다. 면접관에게만 잘 보여선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1박2일간의 합숙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의 1.5배수 가량을 선발한다.

 

 

 

황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