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쏟아붓는다고 살수 없다…혁신은 지식으로만 살수 있다
혁신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혁신을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식뿐이다. 과거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일구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R&D 비용에 대한 지출이 많다고 하여 기업의 혁신 성과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해진다. 과연 기업은 혁신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매일경제신문과 부즈&컴퍼니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4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과거 혁신을 이룬 기업을 모방하는 이른바 `Me-too` 전략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수많은 기업이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애플 아성을 넘볼 수 있는 경쟁자는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애플은 지식기반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식기반`이란 단순히 `알고 있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활용할 수 있다`는 수준에 도달한 경지를 말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만 있었다면 아이폰은 탄생할 수 없었다.
◆ R&D 지출 많다고 성과 좋은 것은 아니다
= R&D 지출이 많은 기업들은 과연 성과가 좋을까, 아니면 특허 보유 건수가 많은 기업은 재무적 성과가 월등할까. 컨설팅회사인 부즈&컴퍼니가 2005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R&D 투자가 가장 많은 1000개 상장회사를 조사한 결과 R&D 지출이나 특허 보유 건수는 기업 재무성과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지 못했다. 다시 말해 R&D 지출이 많다거나 특허 보유 건수가 많다고 해서 기업 재무성과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매년 많은 책들이 출간되지만 극소수 책만이 베스트셀러가 되듯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특허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 증대에 기여할 의미 있는 특허나 아이디어는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지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따라서 혁신을 위해서는 지식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식을 가지고 이리저리 활용하고 조합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 혁신은 R&D 부서만의 역할이 아니다
= `지식 기반 혁신`을 실천한 회사들은 어떤 덕목을 갖고 있었을까. 부즈&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아이디어 발상(Ideation) △ 프로젝트 선정(Project Selection) △상품ㆍ서비스 개발(Product Development) △상업화(Commercialization) 등 4단계로 이뤄진 `혁신가치사슬(Innovation Value Chain)` 전 부문에서 경쟁사와 차별되는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강점들을 갖고 있었다.
또 R&D 조직만이 아니라 마케팅, 영업, 전략, 운영, IT 등 혁신사슬 내 전 부서가 끊임없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모두가 혁신 주체로서 기능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글은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 특히 강점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은 조직 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직원들이 업무시간 70%은 핵심 비즈니스에, 20%는 관련된 분야에 그리고 나머지 10%는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할애하도록 하는 `70-20-10 원칙`이 낳은 산물이다. 이러한 강점은 아이디어 발상 이후 단계인 프로젝트 선택, 서비스 개발, 상업화 전 단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아이디어 발상 단계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것으로 유명한 지멘스 역시 R&D 부서는 항상 본인들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타 사업부 업무와 연관성을 잃지 않도록 많은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혁신 DNA를 가진 조직문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 지식에 기반한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업들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기업의 조직문화를 결정짓는 것으로 알려진 4가지 핵심요소인 △의사결정 권한 △의사소통 체계 △동기부여 요인 △조직구조를 바탕으로 조직을 크게 7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연적응형, 민첩대응형, 일사분란형이 건강한 조직이라면 과도관리형, 순응저항형, 과다성장형, 자유방임형은 부실한 조직 유형이다.
유연적응형 조직은 일반적으로 논리적이고 간결한 의사결정 권한, 빠른 의사소통 체계, 적정한 동기부여 요인, 일관성 있고 집중된 조직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조직 특성은 조직 내 의사결정 속도 측면에서 타 유형 대비 우위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하고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얇고 넓게 퍼져있다. 따라서 R&D, 전략, 영업, 마케팅, 운영, 서비스 등 조직 내 다양한 기능들 간에 의견들을 조율하면서도 의사결정 차원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우선순위화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도 유연적응형 조직은 차별적 우위를 갖는다. 정보 흐름과 의사소통이 유동적이고 빠르기 때문에 최전방 일선조직에서도 회사 전체 우선순위와 전략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되는 것이다.
※공동기획 = 매일경제ㆍ부즈&컴퍼니
[신현규 기자 / 백영재 부즈&컴퍼니 상무]
기사입력2010.11.23 17:15:34|최종수정2010.11.24 14:52:23
일본도 하지못한 鐘 수출, 한국 匠人이 해낸 비결은
`성종사` 의 지식혁신 사례
◆지식경영을 넘어 지식혁신으로 ①◆
▼성종사가 복원한 "낙산사 동종"
방송사들이 최근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달인들의 노하우는 쉽게 전수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바로 이들의 노하우가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달인 스스로 자신의 노하우를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리거나 공개하더라도 도제식 방식을 선호한 것이다.
지식은 표준화되거나 수치화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때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으로 탈바꿈한다. 명시적 지식을 따를 때 비로소 혁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와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 같은 지식기반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최초의 범종 제작사인 성종사(聖鐘社)다. 중요무형문화재(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성종사 대표가 일제강점기에 `흐트러지고 잊힌` 우리만의 전통 기법을 재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바로 명시적 지식화였다.
원 대표는 `범종연구회`를 발족시켜 음향학 등 전문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어 10여 년간 독자적인 연구 끝에 우리의 전통 주조 기법인 밀랍 주조 공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원 대표는 범종 제작 전에 컴퓨터 가상설계를 통해 만들어질 범종의 소리를 예상하고 범종 제작 이후 소리를 측정해 소리의 중심점을 바로잡는 프로세스 등을 체계화시켰다.이를 통해 성종사는 더 `빨리` `쉽게` `좋은 소리를 내는` 범종을 만드는 개가를 올렸다. 일본도 하지 못한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현재 수출 시장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불교권을 망라한다.
[윤원섭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보편적으로 찾는 수단은 R&D이다. 그중 특히 해외로 R&D 센터를 이전하면서 혁신의 계기를 찾으려는 사례가 잦다. 실제로 부즈&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국 내 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보다는 해외 R&D 투자가 많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비스테온(Visteon)은 최근 미국, 유럽, 멕시코, 아시아에 고르게 분포돼 있던 연구개발(R&D) 시설을 향후 아시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다양한 국가에 R&D 센터를 유치하면서 저비용 인력을 통한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도모해 왔지만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객사인 자동차 회사들이 대형 소비자 중심의 실질적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비스테온은 과감히 집중화된 해외 R&D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그동안 `비용 절감`이라는 해외 R&D 전략의 목표가 `고객 중심적 혁신`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R&D 투자액 상위 187개사의 기업 목록을 뽑아보면 전체 R&D 비용의 60% 이상을 해외로 투자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이는 해외 R&D의 성과가 소비자 중심적인 혁신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 R&D 센터를 유치하는 목적과 전략이 명확하지 않으면 정작 기업이 찾으려는 목적인 `혁신`의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은 해외 현지의 기술동향 파악이나 인력 구성에서 한국인 순혈주의를 고수하고 있어 혁신을 위한 해외 R&D보다는 구색 맞추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R&D의 유효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해외 R&D의 성공률이 선진국보다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R&D의 외형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소비자 중심적 혁신에 더욱 중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해외 R&D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즈&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외 R&D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지난 3년간의 영업이익률, 시가총액 증가율, 총주주수익률, 총자산이익률 등에서 더 나은 재무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 판매 비중보다 해외 R&D 투자 비중이 더 높은 기업들이 타 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시가총액 상승률이 1.5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중국, 인도 등 소수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것에 비해 3년간 평균 영업이익과 총주주수익률에서 각각 30%, 시가총액 증가율은 40% 더 나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교육시설, IT 시스템, 연구소 등 R&D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물론 R&D 투자액이 많다는 게 반드시 높은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R&D 활동이 저조한 기업은 확실히 성과가 부실했다.
지나치게 여러 곳에 R&D 시설을 분산시키는 것은 인프라스트럭처와 기술에 대한 투자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R&D 활동을 위해서는 집중화된 대규모 R&D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 리서치 및 제품 개발 등 연구소 간 원활한 업무 제휴 등의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 중국이나 인도의 고급 연구인력 채용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5~10년 전의 해외 R&D 투자환경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고급인력 비용은 선진국에 비해 2005년 53% 수준에서 2008년 65%로 증가했다. 부즈&컴퍼니에 따르면 인도 고급인력 비용은 2012년과 2020년에는 각각 77%와 9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R&D 투자 활동 증가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다. 부즈&컴퍼니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글로벌 기업의 R&D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중국이다. R&D 순유입 금액은 247억달러로 2위인 인도(129억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반대로 가장 활발하게 해외 R&D 투자에 나섰던 나라는 미국 (순유출 375억달러)과 일본(순유출 312억달러)이다. 소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신흥 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으로의 투자도 활발하다. 북미에서 이 지역으로 유입된 R&D 투자금액은 같은 기간 464억달러 였으며, 심지어 아시아ㆍ태평양에서도 145억달러의 자금이 투자됐다. 한마디로 R&D에 있어서도 `글로벌 대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R&D 유치지역에서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R&D 대이동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시장접근성 확보와 제품 현지화를 위한 R&D이다. 성장성이 뛰어난 시장에 R&D 시설을 배치하여 시장 정보를 획득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 같은 경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신흥국가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와는 다른 종류의 제품을 원한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 시장에 적합한 성능과 가격,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기술은 디트로이트나 슈투트가르트보다는 상하이나 뭄바이에서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도 최근 글로벌 R&D 투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 내 비싼 인건비와 제한된 자원탓에 제약을 많이 받고 있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선진기업과 역량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GDP 대비 해외 R&D 투자액은 0.5%로 미국의 0.3%보다 높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도 해외 R&D 활동을 늘리고 있어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외 R&D 물량과 전략에 있어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현규 기자 / 김형중 부즈&컴퍼니 이사]
기업이 혁신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 해외 R&D센터를 건립한다면 적정 투자액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부즈&컴퍼니가 올해 R&D 투자액 전 세계 상위 1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도(中道)를 가라`가 정답이다. R&D 투자 성과는 반드시 투자액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하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수준만 있을 뿐이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액 기준 상위 10% 기업의 영업이익 성과 지수는 1.7인 반면 중간 80% 기업의 영업이익 성과 지수는 1.9로 나타났다. 하위 10% 기업의 영업이익 성과지수를 1로 잡고 계산했을 때 얘기다.
김형중 부즈&컴퍼니 이사는 "R&D 투자 시 업계 평균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고 해서 우수한 성과를 보장받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평균보다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할 때는 훨씬 안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R&D 지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업계 R&D 평균액을 가늠하고 지출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R&D 투자액 상위 100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은 평균 3.6%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소프트웨어ㆍ인터넷기업의 매출 대비 R&D 평균은 12%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R&D 투자의 중도 수준은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R&D에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R&D 투입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에서 10대 혁신기업으로 꼽힌 애플, GE, 도요타, 삼성전자등은 자사 매출 대비 R&D 지출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애플은 매출 대비 R&D 지출이 3.1%로 업계 평균인 7.1%를 크게 밑돌았다.
그렇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어떤 R&D 지출 전략을 짜야 할까. 김 이사는 `효율적인 R&D 지출`을 강조했다. 즉 기존 R&D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 절감을 노리는 동시에 파트너 업체와 전략적인 R&D 협력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매일경제ㆍ부즈&컴퍼니 공동기획
[윤원섭 기자]
시장 동향 파악형 … 선도기업 뒤따르며 기존 상품 개선
기술 추구형 …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기업의 성패는 혁신에 달려 있다. 경제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혁신에 성공했다. 이같이 중요한 혁신의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혁신 전략을 위한 완벽한 교과서는 아니더라도 통계적으로 검증된 혁신 전략은 있다. 부즈&컴퍼니가 글로벌 혁신 기업 1000곳 중 상위 25%를 조사한 결과 성공한 기업의 혁신 전략은 △소비자 니즈 추구형 △시장 동향 파악형 △기술 추구형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비자 니즈 꿰뚫은 블랙앤드데커
= 소비자 니즈 추구형(Needs Seekers)은 경쟁자보다 앞서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상품화해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이 유형의 핵심 역량은 아이디어 발굴 단계에서 시작된다. 숨겨진 고객 니즈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개방형 혁신 체제가 필요하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세계적 건설 공구업체인 블랙앤드데커.
이 업체는 공구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연구원들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현장 작업자들을 관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작업자들이 기존 산업표준이었던 10인치 절단기로 문틀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블랙앤드데커는 문틀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이 좀 더 강력한 12인치 절단기를 개발해 일약 대박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초 당시 가장 잘 팔리던 10인치 절단기는 199달러인 반면 12인치 절단기는 이보다 거의 2배 비싼 399달러에 출시됐지만 시장에서 꼭 필요한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이 제품은 오늘날까지 블랙앤드데커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이 덕분에 블랙앤드데커의 전동공구 시장점유율은 1990년대 초 10%에서 2000년대 들어 50% 이상으로 늘어났다.
◆ 헤드셋 시장 변화 읽은 플랜트로닉스
= 시장 동향 파악형(Market Readers) 혁신 기업들은 신상품 출시를 통해 선도기업(first mover)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선도기업을 추종하면서 기존 상품을 개선해 차별화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에 따라 소비자 니즈 추구형보다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비율이 낮다.
이 유형으로 성공한 기업으로는 헤드셋 생산업체인 플랜트로닉스가 있다.
개인용 헤드셋 시장에서 소비자 취향은 B2B 고객의 요구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등 신기술 등장으로 헤드셋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
플랜트로닉스는 이 같은 변화 속도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 플랜트로닉스는 포천 1000대 기업 IT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화, 이메일, 화상회의 등 다양한 통신 매체의 통합 서비스 플랫폼(UC) 시장에 기회가 있음을 간파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8%가 비용 절감, 내외부 협업 강화 등을 목적으로 UC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플랜트로닉스는 UC 구축에 있어 헤드셋은 필수품이며 이 제품 교체주기가 짧은 것을 감안해 UC 관련 헤드셋 시장이 5년간 최대 5억7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연히 이 분야에 전략과 투자를 집중해 대성공을 거뒀다.
◆ 지멘스의 기술 선도 혁신
= 기술 추구형(Technology Driver) 기업들은 기술 혁신에 집중해 기존에 인지하지 못하던 소비자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런 기업들은 특히 잠재적인 소비자의 니즈와 디자인ㆍ기술의 우위를 결합시켜 성공한다.
기술 혁신의 선도자는 독일의 글로벌 전자ㆍ엔지니어링 업체 지멘스다.
지멘스는 기술 개발에 앞서 전사 기술팀(Corporate Technology)을 통해 도시화, 인구 변화, 보안 분야의 니즈 변화, 이동성, 환경 변화 등의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 `미래의 모습`에 대한 전사 차원의 시나리오를 수립한다.
지멘스는 일반적인 시나리오 수립 과정과 반대로 미래를 예측한 후 이러한 시나리오에 도달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필요한 기술, 사업 모델, 프로세스 등을 도출해냈다.
지멘스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외부의 혁신 파트너, 전략적 벤처캐피털 등과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중요한 신기술을 확보한다. 기술 로드맵 수립에는 R&D 예산의 5%를 투자했다.
전통적 의료기기 강자였던 지멘스는 이 같은 혁신 사업 포트폴리오를 거쳐 의료 정밀검사 기술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윤원섭 기자 / 부즈&컴퍼니 현하정ㆍ윤홍립 이사]
지속적인 혁신 가능한 구조인가
성과지표 제대로 관리하고 있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프린터, 스캐너,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각종 제품에 기업의 자원을 쏟아부었던 `집중력 없는` 회사였다. 이 같은 애플은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었을까. 되돌아보면 1997년 이후 애플 경영진은 자사의 혁신이 잘못돼 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들은 자사의 혁신에 대해 누구보다 적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했던 셈이다.
혁신에 대한 평가는 기업 경영자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CEO들은 어떻게 혁신을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그 혁신에 대한 평가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일까. 성공적인 지식혁신은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영 전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지식경영을 도입한 기업 중에는 아직 지식경영을 혁신으로 연결시켜 기업의 전략 목표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 사례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식경영이라는 훌륭한 인프라를 어떻게 혁신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를 위해서도 지식경영의 결과물로서의 지식혁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부즈&컴퍼니의 해외 기업 분석에 따르면 애플, 구글, 제록스, 비스테온, 지멘스 같은 혁신 기업들은 기존에 이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잘 조합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혁신 역량`과 `혁신 활동`이 일치하는지 내부 평가 작업이 철저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반적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시장잠재력을 평가하는 등 단편적인 `혁신 활동`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이처럼 기업이 혁신하려면 다음 같은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혁신을 평가해 봐야 한다.
첫째, 회사의 전략과 혁신의 방향이 일치하는가.
둘째, 혁신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
셋째, 성과 지표를 관리해 혁신 활동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가.
CEO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가장 먼저 던지는 `회사 전략과 혁신 방향의 일치 여부`는 성과와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즈&컴퍼니의 해외 기업 분석 결과 기업전략과 연관성이 높은 혁신 역량을 개발하고 이것을 전사 역량과 결합시키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높은 성과를 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은 1997년 스티브 잡스가 경영에 복귀한 이후 기업 역량을 `차별화`에 집중시켰다. 애플이 잘하는 것, 즉 편리한 인터페이스, 세련된 디자인 등에 기업 전략을 맞췄고 여기에 혁신 활동을 주력했다.
그 결과 애플은 1997년 이후 R&D 비용은 줄였으면서도 가장 성공적인 혁신 기업이 됐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평가항목은 `혁신 활동의 지속성`이다. 기업은 프로젝트를 개발, 시현할 때 아이디어 발상→프로젝트 선정→상품 개발→사업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모두 혁신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할 수 있다.
부즈&컴퍼니가 글로벌 1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러한 절차가 조직에 정착돼야 혁신 활동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테온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장치 개발은 좋은 사례다. 비스테온은 운전자들이 집에서는 LCD TV를 즐겨 본다는 사실에 주목해 차량용 다목적 디스플레이어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상품 개발 단계에서도 자동차 회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제품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상품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도 최종 소비자들인 자동차 구매자들과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택함으로써 최종적인 혁신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혁신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성과지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 지식경영을 수행한 기업 중에는 지식경영에 따른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채 지식경영을 수행한 사례가 있었다. 저장한 지식은 많지만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지식혁신 활동에는 성과지표의 선정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 3M사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창의적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 배경에는 혁신 장려를 위한 성과지표로 `신제품 매출 비중 평가` 같은 관리지표를 도입한 것이 자리잡고 있다. 신제품 매출 비중(NSR : New Sales Ratio)은 당해 연도 총매출 중 최근 몇 해 사이에 출시된 신제품 매출 비중을 평가하는 것으로 3M에서는 30% 룰을 적용하고 있다.
[신현규 기자 / 이제현 부즈&컴퍼니 이사]
지식경영은 비교적 일찍 기업들 사이에 유행한 개념으로 `점진적 개선` 활동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른바 지식경영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6시그마, e-러닝 등이 대표적이다. 즉 절차적인 과정을 효율적으로 변모시켜 경영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지식혁신에서의 혁신은 점진적 개선이 아닌 `선견` 또는 `통찰`을 바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창의적 혁신`을 의미한다.
애플이 개발한 아이폰과 이를 결합한 아이튠즈 및 앱스토어 등이 이러한 창의적인 혁신의 구현물들이다. 기업들이 이 같은 애플식 혁신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자의 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식경영이 지식혁신을 성취하는 밑바탕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현 부즈&컴퍼니 이사는 "지식경영을 통해 습득한 직원들의 문제 인식 및 해결 경험은 혁신 아이디어의 발상, 프로젝트 선정, 제품ㆍ서비스 개발 등에서 중요한 지식을 제공한다"며 "지식경영에서의 지식 개발과 공유 문화는 혁신 활동을 위한 문화적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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