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맛집

겨울 서해안 포구 여행 - 천북굴단지, 오천항

자하연 2010. 12. 28. 21:26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겨울철 여행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겨울바다’다.


 

한여름 작렬하는 태양, 북적이는 인파를 뒤로 하고 겨울바다에는 매서운 바람과 세찬 파도만 몰아치는 특유의 고독감으로 가득 찬다.


 

그래서 겨울바다는 복잡한 일상을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힌다.


 

일종의 동병상련인지 겨울바다의 황량함과 고독감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위안이 되는 것이다.


 


 

 


 

같은 바다라도 겨울포구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포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고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이 숨쉰다.


 

그러면서도 바깥나들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계절특성상 한적함과 쓸쓸함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고난도 극기훈련과 같은 겨울바다가 아닌 포구 여행이니 가족과 함께 떠나기에도 제격이다.


 

한가로운 여행의 즐거움과 포근한 일상, 그리고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충청남도 보령시의 천북과 오천으로 떠나본다.


 

 


 


 

천북포구는 행정구역상 충남 보령시 천북면이지만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에서 더 가깝다.


 

광천IC에서 천북방향으로 약 17km 달려가면 천북포구와 함께 유명한 “천북굴단지”와 마주치게 된다.

천북은 굴구이의 원조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포구에서 어부들이 굴을 구워 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것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겨울철 음식이 되어 버렸고 천북은 그 본고장으로서의 유명세까지 덤으로 얻었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만큼 단백질과 철분, 칼슘이 풍부하고 대신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어 노인과 어린이, 임산부에게 특히 좋은 건강식으로 꼽힌다.


 

천북포구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굴구이 전문 식당들은 어딜 가나 저렴한 가격에 굴구이와 굴밥, 굴칼국수, 굴회등을 내놓는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굴요리를 맛보기 위해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천북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한때 빈곤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굴구이가 이제는 웰빙 건강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같기도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계절적으로 자연산 먹거리가 부족한 겨울철임을 떠올린다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굴이 제철이라니 겨울철 풍성한 먹거리로 제격이다.

굴구이의 본고장답게 해마다 천북에서는 굴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2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다양한 굴요리 체험행사와 무대공연등 볼거리가 펼쳐진다.


 

풍성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는다면 축제기간이 제격이지만 진정한 겨울포구의 매력은 역시 축제 뒤가 아닌가 싶다.

천북의 진정한 매력은 포구에 있다.


 

멀리 바다 건너 섬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곳이 바로 안면도이고 이 앞바다가 천수만이다.


 

바다가 워낙 내륙 깊이 들어와 수면이 잔잔하고 지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도 이곳만큼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천북 앞바다는 평화롭다.


 

잔잔한 바다, 겨울바람도 그리 매섭지 않으면서 여전히 포구 사람들은 고기를 잡고 굴을 따며 자기 생업에 충실할 뿐이다.


 

마냥 쓸쓸할 것만 같은 겨울바다도 이곳 포구에서만큼은 평온한 삶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천북포구에서 보령 방향으로 지방도를 따라 약 10km 정도 달려가면 오천항이 나온다.

천북보다는 규모가 더 커 보이긴 해도 오천 또한 말이 항구지 조그만 포구에 더 가깝게 보인다.


 

오천항 또한 바다가 육지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만(灣)에 자리잡고 있어서 물결이 잔잔하다.


 

마침 하늘 또한 눈이 시리게 푸르니 서해안답지 않게 바닷물 색깔도 쪽빛이다.


 


 

오천은 전국에서 가장 키조개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른 손바닥보다도 큰 대형 어패류로 술안주감으로 각광받는 메뉴지만 굴처럼 칼로리와 지방이 낮아 건강식으로 환영받는 음식이다.


 

90년대만 해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맛보기 힘든 귀한 몸이었지만 이제는 횟집에서 서비스로도 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먹거리가 되었다.


 

최대산지인만큼 오천 거리에는 키조개 전문 요리점이 지천이지만 제철은 봄철인 4~5월이란다.


 

그럼에도 본고장의 이름값은 하는지 곳곳에 키조개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낙들이 모여 키조개를 까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거의 인적조차 드문 겨울포구지만 키조개는 여전히 오천항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오천항 뒤편 낮은 야산에 오르면 오천성과 함께 충청수영터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충청도 앞바다 수비를 총지휘했던 곳, 말하자면 ‘해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진휼청과 객사 등 극히 일부 건물만 남아 있고 성벽 또한 쇠락해 있을 뿐이지만 한때 군사적 요충지 역할까지 담당했던 오천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보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성벽에 올라 바라보는 항구의 조용한 일상, 그리고 멀리 보이는 웅대한 오서산의 자태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순한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흡족한 여행길이다.


 

출처 : http://kr.blog.yahoo.com/jsj3330/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