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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

자하연 2010. 11. 11. 13:59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1) 은퇴 후 부부 최저 생계에만 2억…10명 중 3명은 `無대책`

 

(1) 長壽리스크에 대비하라
고령화 속도 세계서 가장 빠른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35% 불과
퇴직연금 활성화 안돼 GDP대비 비중 3%에 그쳐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쳐

 

서울 상계동에 사는 L씨(62)는 2006년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계속 적자 인생이다. 2002년 4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2억원을 주식투자로 날려,정작 정년 때 손에 쥔 퇴직금은 7000만원이 전부였다. 아파트를 125㎡(3억9000만원)에서 82㎡(2억1000만원)로 줄이고 남은 차액으로 음식점을 냈지만 장사가 안 돼 1억원 이상 손해보고 정리했다.

L씨의 재산은 이제 아파트와 현금 1억5000만원이 전부다. 부인과 대학생 아들 등 세 식구 생활비(교육비 포함)로 월 200만원 넘게 든다. 반면 수입은 국민연금 100만원과 저축은행 예금이자 45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시니어클럽에서 일거리를 알선해 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며 "일자리마저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이 고난으로 바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후 삶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은퇴자들이 속속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은퇴 전 소득을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소득대체율 35%)밖에 안 된다. 노후소득을 보장해 장수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메울 퇴직연금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래 사는 게 불행?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장수리스크는 0.87로 미국(0.37) 일본(0.35) 영국(0.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령층일수록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장수리스크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지난 40년간 한국은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명이 늘어난 국가"라며 "반대로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는 점점 빨라져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은퇴 전 소득 대비 은퇴 후 각종 연금소득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56.0%로 추정된다"며 "미국의 78.8%는 물론 한국의 적정 소득대체율(2008년 기준)인 65%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은퇴 후 130만원 정도는 있어야 생활하는데 각종 연금으로는 112만원밖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3명은 장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나머지 노후를 준비 중인 국민의 절반은 국민연금이나 예 · 적금에 의존하고 있어 노후소득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은퇴 후 자장면만 먹고 사는 데도 2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부부(2인 가족)가 최저생계비로 20년간 생활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손 실장은 "보유 부동산을 줄이거나 정리하지 않는 한 많은 국민들이 노후자금 부족으로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활성화 시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 시장(적립금) 규모는 작년 말 14조원을 넘었고 지난 9월 말에는 20조3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에 비춰 볼 때 올 연말 적립금 규모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제도 도입 이전 여러 연구소들이 추정한 올해 퇴직연금 예상 규모(45조~69조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손 실장은 "기업 담당자들을 조사해 보니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 부족,도입에 따른 혜택 미비 등이 도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퇴직연금 비중도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호주 홍콩은 GDP 대비 100%를 넘었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도 76%에 달한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이면서 국민 노후준비는 가장 취약하다는 얘기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악화 우려로 사적 연금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국가와 기업,개인이 모두 노후준비가 미흡한 현실을 인식하고 퇴직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입력: 2010-11-01 17:36 / 수정: 2010-11-02 13:51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1) 세계은행 "은퇴 前 수준으로 살려면 소득대체율 60~70% 돼야"

 

공적연금으로는 한계…'3층 연금체계' 바람직

 

'평균 57.14세.'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한국 직장인의 평균 은퇴연령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은 은퇴 후 평균 23년간 소득이 거의 없거나 예전보다 적은 소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은퇴 이후 생활이 길어지면서 장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해 1994년 '고령화 위기 대처 보고서'를 발간했다.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의 대처방안으로 '3층 연금체계'를 제안한 것이다. 각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연금이 기금 고갈 등의 문제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사적연금(퇴직연금 · 개인연금)을 발전시켜 이를 보완하자는 내용이다.

3층 연금체계의 1층은 공적연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생활을 보장한다. 2층인 퇴직연금은 표준적 수준의 생활,3층인 개인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차장은 "3층 연금체계를 활용해 근로자의 퇴직 후 수입을 퇴직 전의 60~70% 수준에 맞추라는 것이 세계은행의 권고"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 · 교직원연금 등이 1층 연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1988년 도입돼 올 9월 말 3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2005년 12월 도입된 2층 퇴직연금(2층 연금)은 20조원(9월 말 현재), 개인연금(3층 연금)은 55조원(6월 말 현재)으로 1층 연금에 비해 빈약한 실정이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안정적인 3층 연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공적연금인 노령 · 유족 · 장애보험(OASDI)을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401K'로 대표되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격인 개인퇴직계좌(IRA)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호주도 노령연금(Age Pension)을 기반으로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으로 불리는 의무적인 퇴직연금 제도와 개인연금을 통해 국민들이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입력: 2010-11-01 17:36 / 수정: 2010-11-02 13:51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1) 가장 좋은 노후대비 연금ㆍ펀드順

 

퇴직연금본부장 20명 설문

 

최고의 노후 대비 투자수단은 연금이며 예상보다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인 '장수 리스크'를 막기 위해선 퇴직연금 확산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20개 은행 · 증권 · 보험사 퇴직연금사업본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16명)가 세계적으로 가장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노후 대비 방안으로 연금을 꼽았다. 나머지 20%(4명)는 펀드를 꼽은 반면 저축이나 부동산이라고 답한 본부장은 한 명도 없었다.

장수 리스크를 막기 위한 대응방안으론 45%(9명)가 퇴직연금 확산을 꼽았고,30%(6명)는 정년연장 및 노인 일자리 확대를 들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규모 확대라는 응답은 1명(5%)에 불과했다. 지난 5월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에서 보듯 공적연금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재정적자 및 국가부채 과다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절반인 10명이 퇴직연금 확산을 위한 소득공제 혜택 등 정부 정책 부재를 들었다. 정부는 지난 9월 '제2차 저출산고령화 사회 5개년(2011~2015년) 기본계획안'을 통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최대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금융계에선 별도 세제 도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퇴직연금에 별도 세제혜택을 부여해 개인부담금에 대해 300만원까지 소득공제해 줄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이 내년 말까지 2조5000억원(전체 적립금의 8.1%)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퇴직연금의 확산이 더딘 이유로 국민들의 인식 부족(5명),경영자의 무관심(4명) 등이 꼽혔다. 조한홍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사업단 대표 "그동안 연금 시스템 개혁은 물론 연금 도입 교육까지 소홀해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가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연금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
입력: 2010-11-01 17:36 / 수정: 2010-11-02 13:51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2) 내게 맞는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 vs 확정기여형

 

(2) 은퇴설계 포트폴리오 바꿔라 

 

퇴직연금은 급여를 받는 방식에 따라 확정급여(DB · Defined Benefit)형과 확정기여(DC · Defined Contribution)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 후 받는 돈이 가입시점의 계약을 통해 정해진다. DC형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퇴직연금에 적립할 금액이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퇴직 후 급여는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퇴직 직전 몇 년간의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를 환산해 퇴직 후 월 지급액을 결정하는 DB형을 더 선호한다. 짧게는 3~5년,길게는 20년 이상 지나야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DB형의 지급 주체는 근로자가 속한 개별 기업이다. 운용수익이 기대에 못 미쳐 약속한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그 부족분을 기업이 메워야 하지만,기업에 따라선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DB형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직원들에게 유리하다고 설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C형은 장기투자를 하는 퇴직연금의 성격상 운용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다. DB형과 달리 상황에 따라 납부액을 조절할 수 있으며,꼭 필요한 경우에는 적립된 퇴직연금의 일부를 미리 찾아 쓸 수도 있다. 초과 운용수익은 전부 개인 계좌에 쌓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회사가 가져가는 DB형에 비해 유리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C형의 이 같은 장점이 퇴직연금으로서의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강상희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DC형의 조기상환 기능은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 목적과 상충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조기상환은 가급적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입력: 2010-11-02 17:40 / 수정: 2010-11-04 05:02

 

 

 

(2) 은퇴설계 포트폴리오 바꿔라…국내선 아직 활성화 안돼 

 

15년차 직장인 A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1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었다. 회사 입사 동기인 B씨도 똑같이 퇴직금 1억원을 중간정산했지만 일반 정기예금이 아닌 개인퇴직계좌(IRA)에 적립했다. 10년 뒤 은퇴할 때 정기예금과 IRA가 똑같은 운용수익을 올렸다면 두 사람이 받는 돈은 똑같을까.

같지 않다. 운용수익을 연 4.5%로 가정하면 정기예금에 가입한 A씨가 받는 돈은 이후 10년간 퇴직금을 포함해 2억9043만원이지만 IRA에 가입한 B씨는 이보다 929만원 많은 2억9972만원을 받게 된다.

실수령액이 차이나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정기예금에 든 A씨는 퇴직금 1억원을 받을 때 퇴직소득세 872만원을 내야 했고 남은 9128만원만 예금에 넣었다. 반면 IRA에 가입한 B씨는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이연시켜 1억원을 원금으로 적립해 수익을 냈다. 또 정기예금에는 이자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IRA에는 이자소득세가 없어 운용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10년 뒤 B씨는 1071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냈어도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었다.

2005년 12월 국내에 도입된 IRA는 근로자가 받은 퇴직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노후자금인 퇴직금이 중간정산,이직 때문에 대부분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가입대상은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근로자이며,퇴직금의 80% 이상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IRA에 입금하면 된다.

IRA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개인형 IRA 비중은 9.8%로 미국의 26.6%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퇴직금 외에는 추가 불입이 불가능한 데다 자영업자는 가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 1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비정규직법' 등 현안에 밀려 2년째 법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입력: 2010-11-02 17:40 / 수정: 2010-11-04 05:02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2) 고달픈 `하우스푸어`…"30대부터 금융투자상품 비중 높여야"

 

(2) 은퇴설계 포트폴리오 바꿔라

100에서 나이 뺀 만큼 투자…예금·부동산 편중은 위험
은퇴 직후 종신 변액연금 들어 생활비 최대한 확보해야

 

 

 

57세에 은퇴한 부부가 있다. 이들이 10년간 매달 200만원씩 생활비를 쓰고 물가상승률이 연 3.5%라고 가정한다면 2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 은퇴 후 20년을 살 경우 필요한 돈은 4억원이 넘어간다. 이처럼 거액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 20~30년에 걸쳐 차근차근 돈을 불려나가는 '은퇴설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산의 대부분이 묻혀 있는 부동산 비중을 낮추는 대신 주식 · 펀드 투자를 늘려 목돈을 만들고,퇴직연금으로 노후생활비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편중,장수리스크 높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지난 6월 말 현재 20.4%로,미국(64.9%) 일본(58.7%) 영국(45.2%)의 절반 미만에 불과하다. 비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탓이다. 그나마 보유 중인 금융자산 구성도 기형적이다. 금융자산의 46.6%는 현금과 예금이고,주식(18.7%) 펀드(5.4%) 채권(4.3%)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다 합쳐도 30%에 못 미친다. 자산의 절반을 주식(30.6%) 펀드(11.8%) 채권(9.6%) 등에 골고루 투자하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은퇴하면 '하우스푸어(집 가진 빈곤층)'로 전락해 불행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동향실장은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울 때는 주택의 자산가치조차 지킬 수 없다"며 "소득이 없는 노후에 가장 중요한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부동산이 가진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100-나이' 투자법 활용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 신세를 면하기 위해 30대부터 은퇴 전까지 차근차근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투자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0% 수준인 부동산 비중을 60% 안팎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상무는 "적은 돈으로라도 긴 시간 투자하면 복리효과가 발생하므로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집 크기를 줄이고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장 간편한 은퇴 설계는 '100-나이' 투자법이다. 자산에서 생활비와 개인연금을 제외한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나이를 뺀 비중을 안전자산에,나머지를 금융투자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매달 수입이 300만원인 30대 직장인이라면 여유자산의 30%는 현금이나 채권에 묻어두고,70%(100-30세)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서 금리+알파(α)의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40대가 되면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60%,50대가 되면 50%로 낮춰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5% 수준인 만큼 퇴직연금을 통해 고정적인 노후생활비를 마련해놓는 것도 필수적이다. 퇴직연금의 유형은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과 운용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확정기여형(DC) 중에서 자신의 자산 규모나 연령에 맞게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과 적금에 들어가 있다면 퇴직금을 DC형으로 들고,금융자산이 거의 없다면 안전한 DB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상무도 "임금이 낮고 직급이 낮은 직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퇴직금이 누적되기 때문에 DB형이,중견간부 이상이 가입할 경우에는 DC형이 좀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이기는 투자해야

소득이 없어지는 은퇴 후에는 매달 생활비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아둔 자산의 가치를 깎아먹지 않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투자를 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구매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퇴 직후 종신지급형 변액연금과 투자상품에 함께 가입할 것을 조언한다. 즉 은퇴 후 목돈은 다달이 받는 연금으로 바꾸고,나머지는 연금을 받을 때까지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퇴직연금교육센터장은 "연금을 받는 연령이 늦으면 늦을수록 연금지급액이 커지고 싼 가격에 연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할 때까지 부동산 비중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층이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회사에서 매월 생활비를 지급받는 제도다. 주택금융공사가 연금 지급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일반 은행에서 취급하는 역모기지론과는 다르고,대출금리가 비교적 낮다. 다만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1세대 1주택 보유자만 가입할 수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입력: 2010-11-02 17:41 / 수정: 2010-11-04 05:02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3) 퇴직연금 DC형 4년 수익률 42%…장기분산투자 효과 톡톡

 

(3) 퇴직연금 전환 서둘러라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 대부분 임금 상승률 웃돌아
근로자는 안정적 노후생활…사용자는 법인세 절감 가능

 

공기업 H공사의 L과장(38)은 2006년 10월 가입한 퇴직연금만 생각하면 흐뭇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원금 평가손이 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증시가 회복돼 4년간 누적수익률이 42.3%(연 평균 10.4%)에 달하기 때문이다.

L과장은 매달 33만원씩 적립하고 이 중 40%(13만원)를 국내외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컨설팅업체를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난 뒤 마음을 바꿨다. 그는 "소중한 퇴직금을 실적배당금으로 굴린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장기 분산투자로 성과를 내 예전 퇴직금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면서 H공사처럼 성과를 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퇴직연금 도입 우수 기업들은 노사가 함께 퇴직연금의 본질과 특징을 제대로 이해해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면 최대한 효과를 볼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반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사업자 선정 시 공정성 중요

패션의류업체 한섬은 2007년 7월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초기에 근로자는 물론 관리자들조차 퇴직연금에 대해 잘 몰랐다. 담당부서는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 설명회를 통해 경영진과 근로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한섬 인사부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시 경영진과의 친분이나 대출,수수료 등 부가서비스보다는 사업자의 시스템과 업무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섬은 퇴직금 적립률을 법정 최저적립률(연봉의 12분의 1=8.3%)보다 1.5배 이상 높은 12.49%로 정했다. 임금 인상률이 7~8%에 이르는데 최저적립률을 적용할 경우 근로자의 퇴직금이 줄어들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진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임직원이 1600명인 H공사는 운용에서 성공적인 모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속적인 근로자 교육과 운용컨설팅을 통해 확정급여(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이 늘고 있다. 도입 초기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138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412명으로 증가했다. 처음부터 DC형에 가입해 4년간 운용한 근로자의 연 평균 수익률은 10.4%,1년간 DB형에 가입하다 DC형으로 전환한 근로자는 9.5%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 연평균 임금상승률(5%)의 2배 수준이다.

2008년 2월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미국계 컨설팅업체 M사는 도입 목적을 유능한 인재 확보와 장기근속 유도에 두고 근속 기간별로 퇴직연금 적립률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3년 이하 9% △4~5년 10% △6~10년 11% △11년 이상 12%로 적용해 장기근속자일수록 유리하게 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은 떨어지면서 장기근속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장중식 이사는 "근로자 퇴직급여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따져 노사가 적립 비율 결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 사 · 정이 함께 나서야

퇴직연금이 도입 취지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노사와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노사협상은 대개 서로 이해가 상충돼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연금은 노사가 윈윈하는 대표적인 협상 의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이 기존 퇴직금 제도에 비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해 근로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퇴직연금 제도는 사용자 측에도 적지 않은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무엇보다 법인세를 줄이는 좋은 절세 방법이 된다. DC형은 퇴직연금 부담금 전액을,DB형은 퇴직급여 추계액 한도 내에서 손비 인정을 해주기 때문이다. DB형에 가입하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은 매년 발생하는 퇴직부채 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고 퇴직금 체불에 따른 민 · 형사책임 등 법적 위험도 해소할 수 있다. 이외에 퇴직연봉제,성과주의 임금제도 등 변화하고 있는 인사노무 환경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근로자에게는 수급권 보장과 안정적인 노후생활이,경영자에게는 재무건전성 제고와 법인세 절감이 가능한 효율적인 제도"라며 "노사가 적극 나서 각 사업장 실정에 가장 적합한 퇴직연금 유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정환/강동균 기자
ceoseo@hankyung.com

입력: 2010-11-03 17:28 / 수정: 2010-11-04 05:02

 

 

 

한경 주최 퇴직연금 설명회
중도인출 제한해 연금기능 강화
위험자산 편입 40%까지 허용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퇴직연금 기업설명회'가 3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에서 열렸다.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강연하고 있다./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자들이 무분별하게 중도 인출할 경우 노후자금 기능이 떨어지고,자영업자들은 가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퇴직연금 기업설명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금융투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대우증권,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 11개 증권사가 주관하고 퇴직연금 도입에 관심이 있는 80여개 기업의 담당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고용노동부가 2008년 말 발의한 '근로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부의 법 개정안 중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확정기여(DC)형에 한해 중도 인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중도 인출이 활발해지면 퇴직연금은 노후자금보다 비상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C형의 중도 인출은 전세자금,결혼자금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해진다. 대신 퇴직연금 전반의 담보대출 범위는 확대해 비상금으로 쓸 수 있도록 시행령이 개정된다.
확정급여(DB)형에 대해선 적립금의 40% 미만까지 회사 내에 적립할 수 있도록 해 회사가 도산할 경우 해당 금액도 증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전액을 회사 외부에 적립하도록 할 예정이다.

DB형과 DC형 중 양자택일해야 했던 것도 두 가지 형태를 일정 비율로 혼합할 수 있도록 고치기로 했다. 예컨대 퇴직급여의 절반은 DB형에,나머지 절반은 DC형에 적립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금은 불가능한 DC형의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40%까지 허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위원은 "충분한 노후 대비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형펀드 편입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퇴직연금 수혜 대상을 자영업자까지 넓히기 위해 현행 개인퇴직계좌(IRA)를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자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가입할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주 151만명과 자영업자 449만명을 비롯해 경제활동인구 중 744만명이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개인형 퇴직연금이 DB형과 DC형에 맞먹는 연금체계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조가 관련 내용을 청취하면 근로자 동의가 없더라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바꾼다. 이 연구위원은 "DB형과 DC형 선택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이중 동의에 따른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입력: 2010-11-03 17:28 / 수정: 2010-11-04 05:02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꺾기` 등 금융사 부당경쟁…`계열사 몰아주기`도 논란

 

퇴직연금 남은 쟁점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제도 도입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대개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금융사들 간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은행 보험 증권사는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과 업계 관계자들로 지난 5월 구성된 퇴직연금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TF의 개선안에는 우선 은행권의 속칭 '꺾기'를 차단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꺾기는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미끼로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해 달라고 강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동안 은행들이 꺾기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은행이 퇴직연금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회사를 만들거나 전산망을 분리해 꺾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예 · 적금 등에 적용하는 꺾기 방지안을 올해 안에 퇴직연금에도 도입할 것"이라며 "감독규정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제동을 걸어 일단 수그러든 금융사 간 고금리 경쟁을 막는 방안도 감독규정에 명시된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실제 운용수익률이 연 4%대에 그치는데 대기업들을 잡기 위해 연 7~8%대 고금리를 제시하며 고객 확보 경쟁을 벌였다. 또 고용부의 퇴직연금 시행규칙을 고쳐,위험자산 투자를 엄격히 제한했던 적립금 운용 관련 규제도 부분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사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계열사 간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같은 계열 보험 · 증권사에 퇴직연금을 넣으면서 불공정 경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입력: 2010-11-04 17:19 / 수정: 2010-11-05 05:37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美 `401k`, 자산 3조弗 육박…日 2001년 `DC형` 도입

 

각국의 퇴직연금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자국 상황에 적합한 퇴직연금 제도를 정착시켜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1981년부터 '401k'라는 확정기여(DC)형에 기반한 기업연금제도를 운영 중이다.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규정돼 붙여진 이름이다. 근로자가 월급에서 일정 비율을 떼고 회사도 일부 지원해 펀드를 만든 뒤 근로자의 선택과 지시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한다.

401k는 △한국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소셜시큐리티연금 △개인퇴직계좌(IRA) △확정급여(DB)형과 DC형 퇴직연금 등 3층 구조의 은퇴연금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의 61.8%(2005년)를 차지한다. 자산규모는 2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401k는 각종 세제혜택에 힘입어 1990년대 중반 확정급여형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투자금에 대한 소득세를 계산할 때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며,나중에 연금을 찾아서 쓰는 시점에 과세된다. 2006년부턴 신규 취업자를 401k에 자동가입시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퇴직연금은 1960년대 시작된 DB형 연금인 후생연금과 적격퇴직연금제도를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고령화가 가속화하자 401k를 참고해 2001년 DC형인 '확정갹출연금'을 도입했다. 기업이 납부하는 '기업형'과 자영업자 등이 가입하는 '개인형'이 있다. 규모는 50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의 4.3%를 차지한다. 2002년 '확정급부기업연금'이라는 이름으로 DB형도 도입됐고 기존 적격퇴직연금은 2012년 폐지될 예정이다.

홍콩은 자발적 퇴직연금인 ORSO를 1993년부터 시작했으나 참여율이 30%에 머물자 2000년 말 강제적인 DC형 퇴직연금인 MPF를 도입했다.

박민제/서보미 기자
pmj53@hankyung.com

입력: 2010-11-04 17:18 / 수정: 2010-11-05 02:39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4ㆍ끝) 濠 국민 71% 가입한 퇴직연금…`강제 가입 + 파격 稅혜택`이 비결

 

(4ㆍ끝) 슈퍼애뉴에이션을 배워라
자산 1358조원…자영업자도 가입, 60세 이후 연금 받을 땐 비과세
의무적립률 9%→12% 상향 추진, 은퇴 전 소득 3분의 2 대체 목표

 

 

"슈퍼애뉴에이션은 오지(Aussie · 호주인을 친근하게 일컫는 말) 노후대비 수단의 전부입니다. "

호주 시드니의 금융중심가 마틴 플레이스.시드니의 월스트리트 격인 이 곳에서 만난 금융업 종사자 재키 설리반씨(39)는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월 급여의 11%를 떼 적립하고 있다"며 "예상대로라면 연 6~7%의 목표수익률로 운용해 65세부터 연 2만2600호주달러(AUD · 약 251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격인 노령연금을 더할 경우 연간 총 4만3000AUD(4780만원)의 연금 수입이 들어오게 된다. 설리반씨에겐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이 노후의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슈퍼애뉴에이션 하나면 충분

 

호주의 노후 준비를 얘기할 때 슈퍼애뉴에이션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자영업자들은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15세 이상 호주 국민 71%가 가입한 전 국민의 노후대비 수단이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에 따르면 슈퍼애뉴에이션의 지난 6월 말 기준 순자산은 1조2270억AUD(1358조원)에 달한다. 이제 겨우 20조원을 넘긴 한국 퇴직연금의 68배다.

근로자는 월 급여의 9%를 의무적으로 적립하고 여유가 있으면 더 넣을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자발적 적립률(의무적립률 9% 이외 추가 적립분)이 평균 5%를 넘기도 했으나 2008년에는 0%대까지 줄었다 작년부터 회복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민 온 힌다토 세티오씨(54)는 "충분하진 않지만 노후를 생각할 때 슈퍼애뉴에이션은 큰 위안이 된다"며 "1%를 추가로 넣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애뉴에이션의 중도 인출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사망,이민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55세가 되기 전 적립금이나 운용수익을 빼낼 수 없다. 이는 호주의 장기분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고 자산운용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퍼애뉴에이션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1992년 도입 초기 3%였던 의무적립률이 2002년 9%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12%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존 다우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퇴직연금국장은 "사회보장제도인 노령연금에다 슈퍼애뉴에이션,기타 소득을 합산한 적정 노후자금을 산정해 본 결과 적립률을 더 올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슈퍼애뉴에이션의 목표는 은퇴 전 소득의 3분의 2를 대체하는 데 있다.

◆강제적 사적 연금이 성공 요인

슈퍼애뉴에이션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퇴직연금 모델로 꼽힌다. 짧은 기간에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공요인은 강제적인 사적연금으로 설계됐다는 게 호주 감독당국이나 금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우 국장은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제적 연금이어서 함부로 꺼내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마틴 코디나 호주 투자금융협회(IFSA) 정책이사도 "사회 노령화에 따른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강제적이어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적이라고 해 무조건 가입만 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다.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개인당 5만AUD까진 적립금에 대한 세율을 평균 소득세(30%)의 절반인 15%로 낮췄다. 가입자가 60세가 넘어 매월 연금식으로 돈을 받아갈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출범 후 지난 18년간 투자성과가 우수했다는 점도 국민들의 신뢰를 키운 요인이다. 2000년(6월 말 결산)부터 2009년까지 지난 10년간 연 평균 수익률은 3.8%였다. 이는 2007년(-8.1%)과 금융위기가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한 2008년(-11.7%)까지 합한 것이다. 손실이 난 두 해를 빼면 연 평균 7.2%에 이른다. 지난해(2009년 7월~2010년 6월)는 증시 회복에 힘입어 9.3%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슈퍼애뉴에이션의 성공을 교훈삼아 한국 퇴직연금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할 것을 주문했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국도 퇴직연금의 부분 강제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은퇴를 앞둔 고령층일수록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해 자발적으로 적립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호주)=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입력: 2010-11-04 17:22 / 수정: 2010-11-05 05:38

 

출처 :  http://blog.naver.com/spp0805/12011806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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