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백화점·호텔 "너무 친절한 인사는 이제 그만"
"30도 이상 고개 숙이는 인사는 하지 마세요", "'제가 추천해 드릴까요?' 같은 말도 하지 마세요."
백화점, 호텔 등의 '고객 응대 매뉴얼'이 바뀌고 있다. 무조건 친절하고 적극적인 응대법이 금기(禁忌)시 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대형 패션 매장에서 고개 숙이는 인사를 금지한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대신 가벼운 눈인사만 건네거나 손님이 들어오든 말든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고객이 묻기 전에는 상품 추천이나 제품의 장점 설명도 못하게 했다. 간섭받지 않고 편안하게 상품을 둘러보기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백화점 내 빵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빵을 찾으세요?", "이 빵을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 가세요" 등이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로 꼽혔다. 남성 의류·구두 매장을 찾는 남자 손님들은 '손님이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한발 물러서서 상품을 정리하는 사원'을 가장 호감 가는 사원으로 꼽았다.
이런 현상은 호텔로도 번졌다. 서울 광장동 W호텔은 '허리 꺾이는 각진 인사'를 고개만 가볍게 숙이는 '쿨(cool)'한 인사로 바꿨다. W호텔 관계자는 "호텔이 딱딱한 비즈니스 장소가 아니라 편하게 즐기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요즘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건 '자기의 관점에서 마음을 읽어주는 응대'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아동발레' 강좌를 문의하러 온 고객이 한동안 망설이는 것을 보고, 상담 직원은 "일단 한 번 수강시켜 보고 잘 못 따라가면 다른 강좌로 옮겨 드리겠다"고 응대했다. 그 고객은 "내 아이에게 맞을지 고민했는데…"라며 만족해하며 가입했다.
현대백화점 권태진 고객서비스팀장은 "고객이 원하는 걸 잘 찾아 응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노하우"라고 말했다.
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입력 : 2010.07.19 03:03